준농림지의 원죄/사회부 연성주 기자(기자의 눈)

『준농림지역제도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제도입니다.』환경부 수질담당자는 팔당상수원의 수질이 10년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통계를 설명하면서 이처럼 탄식했다. 『환경부와 시·도의 인력만으로는 도저히 그 많은 요식업소를 일일이 단속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하소연이다. 지난 5월중 팔당의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2·1PPM으로 86년 10월이래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92년이후 맑은 물 공급을 위해 수조원의 예산을 퍼부었지만 한강의 수질은 오히려 뒷걸음질을 한 꼴이다. 오염의 주범은 두말할 필요없이 팔당호주변에 늘어선 음식점, 러브호텔, 카페 등 유흥시설. 지난 90년 2천2백25개였던 숙박음식점은 7년새에 무려 4배 늘어 8천여개에 달하고 있다. 지난 94년 도입된 국토이용관리법개정으로 준농림지역이라는 제도가 도입된게 결정적 원인이다. 당시 건설부는 『국토이용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비농업진흥지역과 준보전임지를 합쳐서 준농림지역을 만들었다. 그후 팔당호주변 논과 밭은 위락단지로 변해갔으며 팔당수질은 음식점수에 비례해서 나빠져갔다. 환경부 관계자는 『논이나 밭 한가운데 15층 러브호텔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가 하면 음식점들이 계곡을 모두 점령했다』며 『업소마다 오염물질을 그대로 한강으로 흘려보내 맑은 물정책은 헛수고가 됐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는 최근 부랴부랴 준농림지역내 용적률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전형적인 사후약방문이다. 한쪽에선 맑은물을 공급한다며 수조원을 퍼붓고 다른 한쪽에선 수질오염을 조장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병주고 약주기」가 언제까지 되풀이 돼야하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