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방폐장 이제 마무리 하자

박수훈 <한국전력거래소 이사장>

그동안 여러 사유로 15년 넘게 표류해왔던 방폐장 건설 유치신청서를 포항ㆍ영덕ㆍ경주ㆍ군산 등 4개 지역에서 제출한 것을 보면서 이제야 오래된 국책 숙원사업이 풀리는 것 같아 전력산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 반가운 마음이 든다.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부족해 해외의존도가 약 97%에 달하는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 70년대 중동발 석유위기를 탈피하기 위한 탈유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국내 원자력 개발은 초기에 낮은 기술과 열악한 자금능력에도 불구하고 각고의 노력으로 이제 국내 자립건설 능력을 확보한 것은 물론 국제시장에도 진출하고 국내 전력생산량 중 약 40%를 담당할 정도로 성장하였다. 안전성 이미 외국서도 입증 그동안 국내의 원자력 개발효과로 실질 전기요금 인하, 국제경쟁력 제고, 국내 에너지 자립 및 관련산업 육성 등을 이룰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고유가 행진, BRICS 등 신흥대국 경제성장에 따른 석탄가격 급등, 기후변화협약 발효에 따른 CO2 온실가스 배출억제 요구 등을 감안할 때 만일 부존자원이 절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원자력이 추진되지 못했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했을까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현재 전력설비 구성은 원자력 약 29%, 석탄 약 28%, 가스 약 27%, 유류 약 8%, 수력 등 기타 약 8%로 외부 충격에도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연료원별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이중 원자력 연료는 국산화해 사용함으로써 해외자원 조달 위기시 기여도가 높아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에 아주 귀중한 자원이라 할 수 있다.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는 원자력 대신 풍력ㆍ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자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가격이 현재 원자력의 약 2~18배 수준으로 아직 대용량 전원을 대체하기에는 기술적으로 어렵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너무 크다. 오히려 저렴한 원자력의 뒷받침 없이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부담만 늘릴 뿐이다. 오랫동안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중지해왔던 미국조차 최근에는 신규건설을 촉진하기 위해 세제 등 여러 혜택을 주는 내용의 신에너지정책(2005 Energy Policy Act)을 발표했고 일본도 기후변화협약 발효에 따른 현실적 대안으로 신규 원전건설과 함께 원전발전량 비중을 더욱 높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들도 원자력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있음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도 원자력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하며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에야말로 방폐장 건설에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원자력 운영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배출되는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방폐장 선정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방폐장의 안전성을 이슈화하고 있으나 안정성은 이미 지난 40~50년간 유럽과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처리시설을 안전하게 운영해온 데서도 볼 수 있듯이 충분히 입증돼 있다. 15년 끌던 숙원사업 해결기대 또한 국내기술로 건설, 운영되고 있는 원전의 실적이 세계적인 안전성과 신뢰성을 보여주고 있는 데 비해 이미 쓰레기가 된 물질로 운전 중 원전보다 위험도도 훨씬 떨어지는 방폐장의 안전성을 호도하는 것은 진실과 너무 괴리가 크다. 방폐장은 이미 신청서가 제출된 4개 지역을 대상으로 오는 11월 초 주민투표를 시행, 제일 많은 찬성표가 나오는 지역이 결정될 예정이다. 정부도 지역발전을 위해 특별지원금, 한수원 본사이전 및 기타 지역발전 지원 등 각종 경제적 혜택을 마련하고 있으므로 이번 투표로 15년 이상 끌어오던 방폐장 선정이 마무리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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