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보등급제, 취지는 좋으나

[사설] 정보등급제, 취지는 좋으나휴일인 지난 27일 「정보내용등급 자율표시제」 도입을 반대하는 네티즌 및 시민단체들의 집중 공격으로 정보통신부 인터넷 홈페이지의 서비스가 10시간 넘게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 했다. 네티즌 및 시민단체의 이번 행위는 공무방해의 차원에서 뿐 아니라 다른 네티즌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점에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인터넷 시대의 정보 규제는 도입의 중요성 및 시급성만큼 충분한 사전 준비의 중요성도 함께 일깨운다. 정통부가 최근에 내놓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에는 지금까지 불온정보로 분류돼 온 정보를 불법정보와 청소년유해정보로 세분하고 정보내용등급 자율표시제를 새로 도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등급표시제는 앞으로 정보제공업자는 법률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자신의 정보등급을 스스로 정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음란물,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인터넷 시대를 맞아 새로운 차원의 규제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의 유통을 차단하겠다는 규제 도입의 취지에 대해서는 동감한다. 청소년 보호법에 의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을 받은 컨텐츠를 규제하는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않다. 그러나 문제는 정보등급제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등급기준·제재 방안·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위상 및 조직개편과 관련한 사안들이 구체화되지 않고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음란기준에 대한 설문조사를 9월에 실시해 등급기준을 9월 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보내용을 선별할 소프트웨어는 올해 9~10월에 개발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조직과 인력 면에서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는 점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보규제와 같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담당 부서가 우선 법부터 개정하고 보자는 식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규제의 구체적인 기준, 규제방안의 실효성에 대한 사전검토는 규제도입의 취지보다 더 중요하다. 특히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일어날 분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행정비용을 포함한 규제비용을 줄이고 실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정부도 장기적으로는 업계의 자율적인 자정 노력, 학부모 및 교육 당국의 감시에 의한 민간자율 규제가 바람직하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져 가고 있는 사이버 폭력을 포함하여 자율 규제를 확대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좀 더 광범위하고 구체적인 논의가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입력시간 2000/08/28 17:17 ◀ 이전화면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