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상자 고유업종 유지해야

중소업계, 대기업제지분야 진입하면 연쇄도산 우려최근 대기업 계열 제지업체들이 골판지 상자의 중소기업 고유업종 해제를 정부에 잇따라 건의하자 관련 중소업계가 연쇄도산을 우려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골판지 상자는 중소기업법에 의해 상시종업원 300인 이상에 자본금 80억원이 넘는 업체의 경우 골판지 원지를 생산하고 있더라도 골판지 상자 제조업에는 신규참여나 생산라인 증설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오는 9월 골판지 원지에 대한 고유업종 해제를 앞두고 기존 골판지를 생산하던 대기업 계열 제지업체들이 최근 골판지 제조와 연관성이 높은 골판지 상자에 대해서도 고유업종 해제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대기업 계열 골판지 제조업체는 아세아그룹의 유진판지, 한국수출포장, 태림포장, 한국화약의 부평판지, 삼양그룹의 삼양판지등 10여개사. 지함(紙函)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현재 골판지 상자의 연간 국내 시장규모는 1조 5,000억원에 달하며 이중 1,400개 중소업체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인 57%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형 구조로 돼있다. 그러나 과잉설비와 경기침체로 평균가동률이 60% 미만에 머무는등 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골판지 상자마저 고유업종에서 해제되면 대형 제지업체들이 골판지 상자의 생산라인을 증설해 시장을 장악, 1,000개가 넘는 중소기업의 연쇄도산은 불보듯 뻔하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지함조합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도 대부분 자동화 설비로 제품을 생산해 품질수준이 대기업과 별반 차이가 없다"며 "골판지 상자는 부피산업으로 기술적 차별성도 크지 않아 대기업 참여가 불필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특히 제지업계가 본격적으로 골판지 상자 생산에 참여할 경우 그간 골판지업계에 원지를 공급해온 제지업계가 원지의 일방적인 가격조절과 자사그룹의 수요 독점으로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기 고유업종 제도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대등한 위치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제도로 지난 79년부터 시행돼 왔다. 하지만 시장원리와 공정거래를 저해하는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일부품목이 매년 제외되고 있다. 현재 88개업종이 지정돼 있으며 오는 9월 43개 품목이 해제될 예정이다. 류해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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