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달러 대 100달러.' '품질이 똑같다고 해도 미국, 일본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면 141달러를 지불하겠다. 하지만 한국산이면 100달러 밖에 낼 수 없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현 주소다. 최근 KOTRA가 '바이 코리아(Buy Korea) 2009'에 참석한 해외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들은 한국산 제품에 대해 선진국 제품 대비 무려 30%에 가까운 할인율(디스카운트)을 적용하겠다는 생각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상품인 ITㆍ전자를 비롯해 기계ㆍ플랜트, 자동차부품, 의류ㆍ섬유 등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춘 분야의 바이어들이 대부분이었음에도 이들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평가에 인색했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 기업들, 한국산 제품들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에 대한 호감도,신뢰도를 나타내는 국가 브랜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국가브랜드 전문가 사이먼 안홀트(Simon Anholt)가 개발한 2008년 안홀트 국가브랜드지수(NBI) 순위를 살펴보면, 한국은 헝가리. 폴란드, 체코, 이집트 보다도 뒤쳐진 33위에 그쳤다. 지난 1996년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2008년말 기준으로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15위에 오른 경제대국이지만,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이에 걸 맞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브랜드위원회의 글로벌시민분과위원장을 맡은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은 "국가 브랜드는 그 나라의 국민과 기업, 제품들에 대한 평가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한국은 국가 브랜드가 취약하다 보니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해외 바이어들의 평가도 좋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제는 2류 국가, 2류 기업의 이미지를 벗어야 할 때다. 전문가들은 최근 불어 닥친 글로벌 경기침체가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글로벌 톱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하고 있다. 과거 경기침체기를 전후해 기업들의 시장 지위 및 브랜드 파워 순위가 크게 뒤바뀌었던 경험에 비춰보면 이번에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전세계 산업질서가 재편되고 기업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럴 때 보다 적극적인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면서 위기에 강한 한국인들의 저력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홍덕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1970년대 이후 세계 경제는 크게 4차례의 경기 침체기를 겪었다"면서 "이 시기를 전후해 큰 그림을 가지고 소비자 욕구에 맞춘 차별화된 제품 생산에 주력한 기업들은 호황기가 다가왔을 때 비약적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PC사업에 주력하던 애플이 MP3플레이어 사업에 진출, 전세계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아이팟'을 출시한 것이다.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로 인한 경기침체기에 PC업체들이 가격 출혈경쟁을 벌이며 수익성이 악화되자 애플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MP3플레이어에 주목, '아이팟'이라는 하드웨어(기기) 판매와 동시에 음원(콘텐츠) 서비스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다. 결과는 대성공. 애플의 브랜드 순위는 지난 2001년 49위에서 2008년 24위로 껑충 뛰어올랐고 브랜드 가치 역시 54억6,400만달러에서 137억2,400만달러로 151%나 급증했다(인터브랜드 집계). 국가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각국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경기부양에 혈안이 된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국가 이미지 개선에 나선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국가 브랜드를 높일 수 있다.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선진국 제품 대비 할인율 30%를 10%인 3%포인트만 줄여 27%로 개선시키기만 해도, 국내 3대 기업의 연간 영업이익과 맞먹는 금액을 더 수출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 수출액이 4,224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없을 경우 총 6,034억 달러를 수출, 1,810억 달러를 추가로 수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이 중 10%인 181억달러(약 22조원)만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된다고 할 때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을 가장 많이 올린 포스코, LG,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합한 약 20조원과 맞먹는다는 설명이다. 전호성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가나 기업이나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브랜드 전략도 변화해야 한다"면서 "이미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 받는 대기업들의 브랜드 가치와 국가 브랜드 가치의 격차를 축소하고 이를 상호 연결할 수 있는 고리를 찾아야 하며, 중소기업들은 국가 이미지 개선을 통해 원산지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