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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4월27일] 차조례
권홍우 편집위원
1773년 4월27일, 영국 의회가 ‘차조례(Tea Act)’를 통과시켰다. 골자는 동인도회사에 대한 특혜. 경영난에 허덕이는 동인도회사 창고에 쌓인 1,700만 파운드의 중국산 차를 아메리카 식민지에 팔기 위해 사실상 관세를 면제해줬다.
차조례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 것은 식민지의 밀수업자. 동인도회사가 면세 가격으로 식민지 주민들과 직접 거래할 경우 차의 밀수와 밀매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우려한 이들은 대영 강경투쟁에서 해답을 찾았다. 인디언으로 변장해 보스턴 항구에 들어온 동인도회사의 선박을 점거, 차 상자를 바다에 빠뜨린 ‘보스턴 차 사건’도 이들 밀수업자가 주도해 일어났다.
영국은 왜 식민지의 반대를 묵살하고 차조례를 강행했을까. 기득권층의 거대한 이해관계 탓이다. 의원과 각료는 물론 주요 귀족과 유명인사라면 동인도회사 주식을 갖고 있었기에 정책과 법안이 동인도회사를 위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영국과 동인도회사, 그 주주들의 이해관계를 동일시한 대가는 아메리카 식민지의 반발을 낳았고 결국 미국 독립으로 이어졌다. 미국에서 차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대신 커피가 널리 확산된 것도 독립을 전후해 ‘차 조례’ 등에 대한 반감이 쌓였기 때문이다.
거대한 소비지인 미국을 상실한 영국은 중국과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인도에서 아편을 길러 중국에 내다팔며 인류문명사의 수치로 꼽히는 아편전쟁까지 치렀다. 중국산 차 품종을 인도 아셈평원과 실론에 심은 것도 이 무렵이다. 오늘날 스리랑카(실론)의 인종분규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영국이 차 재배를 위해 불러들인 인도의 타밀족과 원주민인 싱할레족은 원수처럼 싸우고 있다. 죄 짓고 싸움 붙인 자는 편안하고 무고한 사람들은 원한 속에 살아가는 현실이 참으로 불공평해 보인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