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간 3,000억~4,0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하던 기업소득환류세제(사내유보금 과세) 세수가 1조원 안팎으로 늘어날 모양이다. 70% 안팎에서 정해질 것으로 예상되던 제조기업 등의 투자포함형 과세기준율을 관련 세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에서 80%로 높여 잡은 탓이다. 투자 및 세금 부담이 늘어날 기업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입법예고안은 세 가지 면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 기업 당기소득의 80%를 국내 투자와 배당, 임금인상 지급에 쓰라고 강요하는 것은 과도한 경영개입이다. 기업에 향후 3년 안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라고 재촉하는 것도 그렇다.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다.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환류세제에 따른 벌칙성 법인세를 낼 가능성은 없지만 삼성전자의 사내유보금은 53조원으로 애플의 3분의1도 안 된다. 사내유보금은 글로벌 경쟁업체들과 격전을 치르거나 10~20년 후를 내다보며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필요한 실탄이다.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선진국 정부들이 여기에 손을 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련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백지화가 곤란하다면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과세기준율을 낮춰 경영개입 소지를 최소화해야 한다.
둘째, 인정 대상 투자범위가 너무 좁다. 특히 기업의 대표적 경쟁력 제고 수단인 인수합병(M&A)을 인정 대상 투자에서 제외한 것은 온당치 않다. 투자 활성화와 원활한 사업구조 재조정을 저해할 뿐이다. 시설투자 등만 투자로 인정하고 기업 경쟁력 제고의 강력한 수단인 M&A를 배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구글·애플·페이스북 등은 끊임없는 M&A로 미래의 사업기회를 찾고 있다. 중국·인도 기업들이 기술·마케팅 경쟁력과 브랜드파워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비결도 M&A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인 만큼 투자범위를 폭넓게 인정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가 환류세제를 도입한 취지도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당초 투자·배당을 늘리거나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줘 기업소득을 가계로 환류시켜 내수를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향후 부작용이 큰 임금인상보다 투자나 배당확대, 자사주 소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임금인상을 권유하기에 앞서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에 따른 기업들의 법적 리스크를 줄이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