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골프 준재가 모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데뷔전을 우승으로 장식한 '괴물 신인'이 나타났다. 야구로 치면 새내기 투수가 메이저리그 생애 첫 선발등판에서 영봉승을 거둔 격이다.
주인공은 러셀 헨리(24ㆍ미국). 지난해 미국 PGA 2부 투어 상금랭킹 3위를 차지해 올 시즌 정규 투어 무대로 올라온 그는 14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소니 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이변을 일으켰다. 지난주 열린 현대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가 전년도 챔피언만 초청된 경기였기 때문에 헨리에게는 이번이 첫 출전이었다.
미국 PGA 투어에서 신인이 자신의 데뷔 경기를 제패한 것은 2001년 1월 투산오픈에서 우승한 개럿 윌리스(미국)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는 김경태(27ㆍ신한금융그룹)가 2007년 최초로 데뷔전 우승을 차지했다.
헨리는 미국 하와이주 와이알레이CC(파70ㆍ7,068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7언더파 63타를 쳐 최종합계 24언더파 256타를 적어냈다. 기록도 풍성했다. 1ㆍ2라운드 이틀 연속 63타를 뿜어냈던 그는 이 대회 36홀ㆍ54홀 최소타 기록을 깬 데 이어 이날 또다시 7타를 줄여 72홀 기록도 4타나 줄였다. PGA 투어 통산 72홀 최다 언더파ㆍ최소타 기록은 토미 아머 3세(미국)가 2003년 텍사스오픈에서 친 26언더파 254타다.
역시 신인인 스콧 랭글리(미국)와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헨리는 두둑한 배짱을 보여줬다. 10번홀까지 2타를 줄여 2위 그룹에 2타 차로 앞서 나간 그는 전날 5위였던 중견 팀 클라크(남아공)가 추격전을 펼쳤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12번홀에서 3m 남짓한 까다로운 내리막 파 퍼트를 성공시킨 게 우승의 결정적인 원동력이 됐다. 이후 14번홀(파4)에서 13m가 넘는 거리의 버디 퍼트를 집어넣은 것을 시작으로 마지막 18번홀(파5)까지 5연속 버디를 뽑아내 2위 클라크(합계 21언더파)를 3타 차로 따돌렸다.
지난해 2부 투어에서 2승을 거둔 헨리는 일찌감치 우승을 챙기면서 3년간 정규투어 출전권과 함께 99만달러(약 10억원)의 상금을 받았다.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와 PGA 챔피언십에도 나가게 된 그는 "최고의 목표가 이뤄졌다"며 기뻐했다. 그는 마스터스 개최지인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이 있는 애틀랜타주 조지아 출신이다.
한편 헨리가 퍼트 호조를 앞세워 우승을 거둔 반면 뉴질랜드교포 대니 리(23ㆍ캘러웨이)는 짧은 퍼트 실패로 분루를 삼켰다. 지난해 PGA 투어에 입성했다가 올해 2부 투어로 내려간 대니 리는 이번 대회에 월요예선을 통해 어렵사리 출전했다. 4라운드를 공동 6위로 시작한 그는 마지막 홀에서 70㎝가량의 퍼트를 아쉽게 놓쳐 공동 13위(13언더파)로 마감했다. 10위 안에 들었다면 오는 18일 열리는 휴매나챌린지대회 출전 자격을 받을 수 있었지만 공동 9위(14언더파)에 단 1타가 모자랐다.
지난해 부진했던 양용은(41ㆍKB금융그룹)은 최종일 7언더파 63타의 맹타를 휘둘러 순위를 전날 51위에서 공동 20위(11언더파)까지 끌어 올리며 부활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