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의 돈이 생산현장으로 흘러들어가지 않고 금융권 내부에서만 맴도는 `돈의 동맥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4분기중 금융부문의 자금운용액 가운데 금융채에 몰린 돈이 무려 10조560억원에 달하면서 전분기 5조62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로급증했다.
반면 금융부문이 기업과 개인, 정부 등에 대출금 형태로 공급한 자금은 7조7천억원으로 전분기 15조7천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규모로 급감했다.
특히 금융부문이 기업어음(CP)과 회사채, 주식, 국공채 등 유가증권을 매입하는형식으로 기업과 정부에 공급한 자금은 4조1천억원에 그쳐 전분기 10조2천억원에 비해 거의 60%나 급감했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부문의 자금수요가 둔화되면서 금융기관이 마땅하게 돈을 굴릴데를 찾지 못하면서 같은 금융기관이 발행한 금융채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으로풀이된다.
특히 CP의 경우 지난 1.4분기에는 금융부문에서 2조원의 매입이 이뤄져 그만큼 기업에 자금이 흘러들어 갔으나 2.4분기에는 오히려 2조1천억원어치가 기업들로부터 상환됐다.
이는 대기업들 사이에서 CP 발행에 의존한 자금수요가 자취를 감췄음은 물론 자체 여유자금이 넘쳐나면서 기존의 CP마저 앞다퉈 상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대기업에 비해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돈 가뭄'을 호소,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양극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자금중개 기능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