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값에 날개가 꺾였다. 컴퓨터가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불리던 「100만원」선이 무너진지 얼마 되지 않아 55만원짜리 PC가 등장하는 등 가격파괴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과연 컴퓨터값이 얼마까지 떨어질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55만원짜리 PC 등장
23일 조립 PC업체인 테크노마케팅그룹(TMG, 대표 고신녕)은 55만원짜리 PC를 내놓았다고 발표했다. 이 제품은 CPU가 셀러론 355㎒로 32MB메모리, 4.3GB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24배속 CD롬드라이브, 56KBPS모뎀을 갖추고 있다. 인터넷이나 PC통신, 게임을 하는데 충분한 멀티미디어 환경을 갖추고 있는 셈. 별매인 15인치 모니터를 포함해도 75만원에 불과하다.
회사측은 요즘 인기품목인 셀러론 400㎒에 비해 사양을 한단계 떨어뜨린게 낮은 가격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또 부품을 수입으로 충당함으로써 부품 구매비용을 대폭 떨어뜨린 것도 요인이다.
◇PC 가격파괴 경쟁
업계에서는 55만원짜리 PC를 이미 예견된 상품으로 본다. 가격파괴에 불을 붙인 것은 역시 이달초 삼보컴퓨터가 내놓은 99만원짜리 PC. 대형 메이커로는 최초로 100만원을 깨뜨린 이 제품은 시장판도를 뿌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뒤이어 보름도 안돼 대우통신이 99만원짜리 제품을 내놓으면서 가격 인하에 대열에 동참했다.
조립 PC업체들도 동일한 사양의 PC를 10~15만원씩 인하하며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조립 PC와 메이커 PC의 가격차가 한순간에 10만원대로 좁혀지면서 판매가 절반으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조립 PC는 셀러론 400㎒모델의 경우 본체값이 85만원 안팎, 종전 74~79만원이던 셀러론 366㎒ PC는 60만원대로 떨어졌다. 또 펜티엄Ⅱ 400㎒급도 20만원 낮아진 12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비수기가 사라졌다
값싼 PC의 등장은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부추겼다. 삼보컴퓨터의 99만원짜리 PC 「EZ6400S」는 보름만에 1만대가 판매되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제품은 전자랜드에서 집계한 판매순위에서도 1위에 올랐다. 5,000대 이상을 판매한 대우통신도 신바람이 났다. 현주컴퓨터, 컴마을 등 조립 PC업체도 마찬가지. 「셀러론 열풍」으로 상징되는 저가 PC 전성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판매 호조로 컴퓨터 비수기가 없어졌다. 예전에는 5월부터 컴퓨터 판매가 30% 줄어드는 비수기였지만 올들어선 감소 폭이 10% 안팎에 불과하다.
최근 컴퓨터시장의 큰 흐름은 이같은 저가 PC와 할부 개념의 프리PC가 주도하고 있다는 것. 이 와중에 800만~1,000만원짜리 초고가 노트북PC도 잘 팔린다. 그만큼 국내 시장수요가 다원화돼 있다. /문병도 기자 D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