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 3단계, 23개 구역으로 나눠 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성남시 옛 시가지 전경. 고도제한 완화에 따른 용적률 상향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시장위축으로 지분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
"재개발을 안 하는 데보다 재개발 대상 구역의 거래가 오히려 신통치 않습니다. 고도제한 완화 호재도 별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네요."(신흥동 동인공인의 한 관계자)
성남 신흥동은 생각보다 서울과 더 가까웠다. 서울 잠실까지 차량으로 20~30분이면 여유롭게 도착할 수 있는 입지 조건 때문에 성남시 재개발은 오랜 기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여기에다 지난 5월12일 고도제한을 45m에서 최고 165m로 완화한다는 발표가 더해졌다. 이는 주민들이 10년 남짓한 시간을 기다려온 호재다. 저층 상가건물이 촘촘하게 들어선 신흥2구역에서는 약 100m 간격으로 '경축 고도제한 완화'라는 문구의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그동안의 기다림이 얼마나 길었는지 잘 드러난다.
성남시 재개발은 총 3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는 현재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는 단대구역, 중2구역 등 3곳이며 2단계는 신흥2구역, 중1구역 등 총 8곳, 3단계는 신흥1ㆍ3구역, 수진1구역, 산성구역 등 12곳이다.
하지만 고도제한 완화 발표로 각 구역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수진2구역의 경우 성남 재개발 사업지에서 가장 입지조건이 좋아 한때 시세도 대지지분 3.3㎡당 2,000만원을 호가하고는 했지만 이번 혜택에서는 벗어나 있다.
반면 최고 30~40층까지 건축할 수 있게 된 구역은 기대감이 크다. 이중 2단계인 신흥2구역, 중1구역, 금광1구역의 경우는 이미 사업시행인가까지 고시된 구역이고 고도제한 완화의 수혜도 가장 많이 받는 지역으로 꼽힌다.
이 같은 고도제한 완화 호재에도 불구하고 시장 분위기는 좋지 않다. 신흥2구역의 현재 시세는 대지지분 66㎡ 다가구 주택을 기준으로 2억6,000만~2억8,000만원선이다. D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2006년 대지지분이 3.3㎡당 1,800만~1,900만원 하던 것이 지금 1,500만원에도 거래가 쉽지 않다"며 "고도제한 해제 발표 후 매도자들이 1,000만~2,000만원가량 값을 올리기도 했지만 거래가 쉽지 않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가격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전반적인 부동산 거래 위축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사업 진행이 불안하고 자꾸 지연되는 탓도 크다. I공인중개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2단계 재개발 구역들의 건설사 총회 입찰공고가 지난해부터 나온다는 말이 무성했지만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이라며 "구역 곳곳에서 분쟁도 많고 진행도 느려 앞으로 10년은 더 기다려야 사업이 완료될 것"이라고 전했다. H중개업소 관계자 역시 "차라리 민영이 주도하는 재건축 쪽에는 투자자들이 문의를 하는 편이지만 재개발 쪽은 몇 달째 거래가 거의 끊겼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업시행자인 LH공사와 주민들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1단계 구역인 단대구역, 중3구역은 현재 이주 및 철거가 모두 끝난 상태로 2008년 말부터 일반 분양이 거론됐지만 아직까지 미뤄지고 있다. 일부 대형평형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조합원 매물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시장의 분위기가 좋았던 지난해 말 분양에 나서야 한다고 주민들이 수없이 청원했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계속 미뤄졌다"며 "일반분양이 안 되거나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면 그 부담은 결국 주민들이 지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신흥2구역에서는 선이주가 갈등의 불씨를 제공하고 있다. 신동호 동인공인 대표는 "관리처분을 내년 4월께로 계획하고 있는데 임대주택으로의 이주는 1년이나 남은 지금 신청을 받고 있다"며 "집주인들로서는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는데 먼저 이주부터 하라니 어떻게 수긍할 수 있겠느냐"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