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이기자” 업태 파괴바람/할인점서 문화센터 운영

◎백화점은 할인매장 설치/슈퍼도 저가다품목 전략/전문점형 백화점 등장도백화점·할인점·슈퍼 등 유통업체들이 고객 확보를 위해 서로 다른 영역을 침범, 파행적인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창고형 할인점 E마트 분당점은 최근 점포 3층에 3백평 규모의 문화센터를 오픈하고 주부들을 대상으로 회원 모집에 들어갔다. 문화센터에서는 각계 유명인사를 강사로 내세워 2백여개 강좌를 실시할 예정인데 이는 할인점으로서는 유례없는 일이다. 문화센터를 연 것은 백화점 등 타상권과 경쟁을 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백화점도 할인점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갖가지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개점한 그랜드백화점 일산점은 백화점 주력상품인 의류를 고급화하면서 지하 1, 2층에 초대형 생식품매장과 공산품가격할인매장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명칭이 매장이지 실제로는 할인점이다. 매장면적이 2천2백여평에 이르고 있는데 그랜드측에서는 「할인점보다 더 싼 가격」이란 기치를 내걸고 할인점보다 한술 더 뜨는 가격파괴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굴지의 직영 슈퍼마켓체인인 한화스토아에서는 분당점과 송탄점에 주력상품인 식품 외에 백화점·할인점에서 취급하는 완구·문구·자동차용품·가전제품·의류 등을 과감하게 투입했다. 한화스토아에서는 앞으로 50여개 슈퍼마켓 체인점을 모두 할인점식으로 바꿀 계획에 있는데 백화점·할인점을 겨냥한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9월 대구 광역시에 개점한 삼성물산의 홈플러스는 백화점·할인점·슈퍼마켓 영업방식을 혼합한 새로운 업태를 선보였다. 삼성측에서는 홈플러스업태를 한국실정에 맞는 신업태라고 설명을 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업태파괴다. 오는 11월1일 분당신도시에 문을 여는 삼성플라자 분당점은 업태가 더욱 애매모호하다. 삼성물산측에서는 삼성플라자를 백화점이라고 하지만 매장 모습은 종전 백화점 분위기와 전혀 다르다. 점포 한가운데 매장대신 궁전식 대형 로비가 설치돼 있으며 층별로 백화점식매장과 각종 전문점, 문화·편의시설 등이 들어서있는데 백화점에 전문상가를 혼합한 복합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현상들은 무한경쟁시대를 맞은 업태파괴현상의 일면이라고 할 수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앞으로 업태파괴현상이 계속 이어지면서 업계구조가 완전히 재편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태파괴경쟁이 마무리될 때 국내 실정에 맞는 한국형 업태가 완성될 것으로 전망된다.<이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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