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상해 공항 인근에서 추락한 대한항공기는 세계적으로 사고가 많은 「악명」 높은 기종인 것으로 드러났다.미국의 보잉사가 동체파손 항공기 사고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고기종인 MD-11기의 사고율(100만번 비행당 사고건수)은 1.8로 최근 개발된 15개 기종 중 가장 높았다.
특히 15개 기종중 MD-11과 에어버스사의 A310(1.4), A300-600(1.2)를 제외한 나머지 12개 기종은 모두 사고율이 1.0 이하여서 이들 3개 기종이 최근 항공기 사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MD-80기종은 사고율이 0.3에 불과해 대조를 이뤘다.
MD-11기종은 맥도널더글라스사가 지난 90년11월 개발한 250인승 중형기로 대당 가격은 1억4,400만달러(1,730억원)다. 대한항공은 92년부터 이 기종을 5대 도입해 2대는 화물기, 3대는 여객기로 사용해왔으며 사고기의 경우 도입후 4년간 여객기로 사용하다 지난 96년3월 화물기로 개조했다.
MD-11기종 사고중 가장 최근에 일어난 것은 지난해 9월 스위스항공사 소속기가 캐나다 헬리팩스에서 이륙중 화재로 추락, 229명이 사망한 사고였다. 특히 이 사고는 공항에서 이륙중 화재로 일어난 것이어서 이번 대한항공기 사고와 비슷한 유형으로 분석되고 있다.
97년7월에는 미국 FEDEX사 소속의 같은 기종이 앵커리지에서 착륙중 추락했으며 이에앞서 93년4월에는 중국 동방항공 소속기가 미국 에레티안섬에서 추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항공전문가들은 항공사고가 기체 자체의 결함 보다는 조종사의 실수 ·정비불량 등 인적(人的) 요소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단순히 특정 기종의 사고율이 높다고 보기만은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오히려 특정 항공사가 잇따라 사고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최근 항공기 사고율이 100만번 비행에 1번에도 못미치는 추세와는 달리 지난 97년8월 괌 아가냐공항 여객기 추락사고를 시작으로 불과 1년8개월간 무려 4차례나 동체파손 사고를 내 「사고다발」 항공사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게 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잇따른 사고가 권위적인 조종실 문화, 승무원들의 영어구사력 부족 등이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항공기 사고는 비행기가 본 궤도에 올라 순항중(9%)일때는 거의 없는 반면 이륙(34%) 및 착륙(57%)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조사돼 이번 사고 역시 전형적인 항공기 사고의 유형으로 분류되고 있다./정두환 기자 DH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