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없는 리더십은 이제그만

취임100일 韓부총리의 과제 "부동산해법등 색깔 드러내야"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엔도르핀이 돌아서일까. 한덕수(사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사석에서 “자고 일어나면 신이 난다”고 말했다. 새벽4시를 조금 넘기면 잠이 깨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한다는 한 부총리. 그는 “기사를 좀 살살 써달라”며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부정적 톤의 뉴스가 많아진 데 따른 섭섭함을 표시하면서도 “중소기업 현장을 돌면 희망이 보인다”며 낙관론을 잃지 않았다. 22일로 취임 100일을 맞이한 부총리. 그에게 지난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그는 취임 직후 전임 이헌재 부총리의 카리스마 대신 ‘합리적 리더십’을 장점으로 ‘색깔 없는 부총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 전 부총리에게 가장 아쉬웠던 게 당ㆍ정ㆍ청간 갈등이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던 탓이다. 때문에 취임과 함께 다른 부처들을 찾아 다녔고 자신의 목소리는 낮추려고 노력했다. 취임 초기 그는 ‘행운’을 맞이하는 듯했다. 그렇게 어렵던 경제는 봄 눈 녹듯이 살아나는 듯했다. ‘Mr.개방’이란 닉네임을 과시하듯 환란 이후 이어져온 ‘유출억제, 유입촉진’의 외환기조를 ‘유출완화’ 쪽으로 확 바꿨다. 청와대와의 갈등도 사라졌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1ㆍ4분기 성장률은 2.7%까지 곤두박질쳤다. 일각에서는 ‘부총리 어디 갔나’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흘러나왔다. 더더욱 그를 괴롭힌 것은 부동산이었다. ‘서울공항 이전검토’ ‘양도소득세 전면 실가 과세’ ‘판교 공영개발’에 이르기까지 그가 부동산 관련 발언을 내놓는 족족 시장은 출렁거렸다. 합리적 리더십을 지나치게 내세운 탓일까. 여당에서는 걸핏하면 “허락도 맡지 않고 정책을 발표한다”며 딴죽을 걸고 나선다. 자영업 등 공을 들여 내놓는 대책들도 두들겨 맞기 일쑤다. ‘색깔 없는 리더십’은 도리어 독이 돼 돌아오고 있다. 그는 이제 중요한 숙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를 여전히 가위 눌리게 하는 부동산 문제의 해법을 찾는 일이다. 폭탄의 뇌관을 제거할 시한은 오는 8월. 지금이야말로 그가 색깔을 드러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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