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무역수지적자 2백4억달러, 경상수지적자 2백30억달러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관세청이 밝힌 30대그룹의 무역수지 및 소비재수입 실태에 관한 분석도 그중의 하나로 음미해 볼만 하다.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의 실적을 토대로 한 이 분석에 따르면 30대그룹중 5개그룹을 제외한 25개사가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연말 실적을 기준으로 한다면 거의 모든 재벌기업들이 총체적으로 적자를 냈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 기간 중 30대그룹의 수출총액은 4백59억달러였던데 비해 수입은 5백75억달러로 1백16억달러의 적자를 냈는데 이는 전체 적자액의 77%에 해당된다.
30대그룹의 경제력은 한국의 경제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재벌그룹의 건강도는 막바로 국가 경제의 건강도로 직결된다. 그런 30대 재벌기업중 한 두개를 제외하고 모두 무역적자를 냈다는 것만큼 위기를 실감케 하는 것은 없다. 한두개 효자기업이라도 있음직 하련만 하나같이 비실거린다.
무역적자는 내 물건은 팔리지 않는데 남의 물건을 사들여 온 결과이다. 장사가 안되면 씀씀이라도 줄여야 빚을 덜 수 있을 터인데 30대재벌기업들은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직접 소비재를 수입해 과소비를 부추기는 등 손쉬운 돈벌이에 급급했다. 이 기간동안 재벌기업들은 21억달러 어치의 소비재를 수입해 국내에 팔았다.
이같은 현상은 작년도 수입형태 분석으로도 뒷받침된다. 11월말까지 1천3백65억달러어치가 수입됐는데 이중 내수용 수입이 9백20억8천4백만달러, 수출용 수입은 4백45억4천7백만달러로 전체 수입의 67.4%가 내수용이었다.
내수용수입중 소비재수입은 11.1%를 기록했고 특히 사치성 소비재의 수입증가율은 평균 40%대를 넘었다.
이러한 무역구조가 만들어 낸 것이 무역적자 2백4억달러이다. 여기서 우리가 새겨둬야 할 것은 수출을 늘리기 위한 노력과 함께 소비를 절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소한 재벌들이 소비재를 수입해 과소비를 부채질하는 일은 말아야 한다. 과소비는 경제기반을 잠식해 「소경 제 닭 잡아먹기」식의 결과를 초래한다.
수출증대를 위해서는 제품의 전문화와 고급화를 이뤄야하는데 이를 하루아침에 이뤄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업종전문화를 떠들어도 재벌의 문어발 확장이 갈수록 심화하는 현상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점에서 대부분 단일제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이 지난해 중 40%를 넘었고, 중소기업의 수출증가율이 대기업의 배이상이 된다는 것은 수출정책의 방향을 시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