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의 남성학] 성교육

선조들 과감할 정도로 개방적

‘도원경(桃源境) 어데메 머물까 하니 한치 두 푼 깊이라.’ 조선조 성교육 지침서인 ‘보양지’에 나오는 구절로 아들이 들어설 자궁은 왼쪽에 있고, 딸이 들어설 자리는 오른쪽에 있어 그 구멍이 나있는 위치가 한치 두 푼 깊이라는 뜻이다. 실학자 서유구가 펴낸 이 책은 장성한 자식을 둔 집이라면 너나없이 필사본이라도 한 권씩 갖고 있을 정도로 널리 읽혔던 성 지침서였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성교육에 있어서 과감할 정도로 개방적이었다. 물론 조혼(早婚) 풍습에 기인한 것이었지만 최근 청소년에 대한 성교육 강화를 내세우는 교육 당국으로서는 온고지신으로 삼아야 할 교훈이다. 특히 결혼을 임박한 처녀 총각을 다락방에 가둬놓고 경험자들이 성 교육을 시켰으며 동네 사랑방도 성 교육의 학습장이었다. 비슷한 연배의 총각들이 둘러앉아 먼저 결혼한 선임자로부터 성의 기교와 에티켓을 자연스레 전수 받았던 것이다. 이른바 전통대중 문화의 전형인 육담문학(肉談文學)의 발상지가 바로 사랑방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우리 옛 조상들의 성교육은 멋과 실용성에서 나무랄 데가 없었다. 온갖 성지식과 섹슈얼리티가 넘쳐 나면서도 정작 정감 어린 성교육이 전무한 오늘날의 현실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따라서 알 것 다 아는 청소년들에게 더 이상 성을 억누르고 감추기만 할 것이 아니라 솔직하고 건강한 문화로서 이해 시키는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 하겠다. 얼마 전 모 일간지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른바 N세대로 불리는 10대들의 68%가 피임법조차 모른다고 한다. 또 48%가 학교에서 배우는 성교육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10대들은 원조교제에서 폰 섹스에 이르기까지 성의 물결에 무차별로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초보적인 성지식조차 알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낮에는 학생의 신분이지만 밤이면 불나방처럼 거리를 떠다니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건강하고 올바른 성문화를 위한 청소년 교육이 시급하다. 더 나아가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교육만이 왜곡된 성범죄를 바로 잡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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