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 이탈자금 밀물

주가 하락으로 증시를 빠져 나온 돈이 이머징마켓의 채권시장과 미 정크본드로 몰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 미국 등 주요 증시 자금이 러시아를 비롯한 이머징마켓을 향해 기록적인 속도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증시를 빠져 나온 미국의 시중자금이 투자 부적격 회사채인 이른바 정크본드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머징마켓으로 자금 이동=블룸버그는 164개 대표적인 펀드에 대한 조사결과 1ㆍ4분기 이머징마켓 신규채권 투자 금액이 9억4,800억 달러를 기록, 이미 지난해 총 규모인 6억4,8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머징마켓의 펀드를 관리하는 슈로더 펀드의 관계자는 “이 같은 속도는 역사상 유래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각국 증시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투자가들이 수익률 높은 이머징마켓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투자은행인 JP 모건에 따르면 이머징마켓의 채권시장에 투자한 펀드들은 1ㆍ4분기 이미 6%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각국의 증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과는 크게 대비되는 것. 특히 러시아와 중남미 국가에 대한 투자가 많은 것으로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그러나 북 핵 사태 등으로 불안한 정세가 이어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투자는 미미한 것으로 관련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크본드 시장에도 돈 몰려=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는 투자가들은 정크본드 시장으로도 몰려가고 있다. 정크본드는 신용평가기관에 의해 투자 부적격 등급 판정을 받은 회사채. 고위험-고수익, 즉 부도 위험이 높은 만큼 수익률이 높다는 점이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는 것. 채권관련 전문조사기관인 AMG 데이터는 올 1ㆍ4분기 무려 86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미 정크본드 시장에 새롭게 투자되면서 2002년 총 투자금액 117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크본드를 발행하는 기업들도 급증, 1ㆍ4분기 정크본드 발행규모는 22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ㆍ4분기보다 4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높은 수익이 보장되면서도 과거보다 부도 위험이 크게 줄어든 정크본드 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1ㆍ4분기 정크본드는 무려 7.2%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수익면에서 미 국채 등 다른 투자 수단을 크게 앞지른 상황이다. 반면 부도 위험은 대폭 감소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 회사인 영국의 피치사는 올 1~2월 정크본드 부도율이 42억 달러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4억 달러보다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장순욱기자 swchang@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