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美대선혼란 후보자들이 수습해야

[세계의 사설] 美대선혼란 후보자들이 수습해야 미국의 대선혼란이 아직 정치위기로까지는 치닫고 있지 않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자를 상대방이 표도둑으로 비난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런 파국을 막기 위해 양후보 모두는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법률가들을 쳐 없애는 것"이라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명심해야 한다. 대선이 치열한 접전을 보였기 때문에 그 결과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결코 치욕스런 일이 아니다. 플로리다주의 잠정집계 결과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가 총투표의 0.005%차로 민주당 앨 고어 후보에게 앞서고 있다. 이는 인간이 범할 수 있는 미세한 오류범위 내에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아무도 누가 "진정한" 승자인지 알 수 없다. 미국의 제43대 대통령은 반드시 선출돼야만 한다. 승자는 또 국가 최고권력자로서의 정통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는 안정된 다수의 지지를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위는 지켜져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대통령직은 물론 공화정 자체가 상당히 쇠퇴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통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해답은 후보자 자신들이 내릴 수밖에 없다. 그들은 국가가 필요로 하는 결과가 자신들이 바라는 것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한다. 필요한 것은 양측 모두 공정하다고 수긍하는 결과다. 문제가 된 플로리다주 4개 카운티만 수개표해서는 그런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 이는 분명 편파적인 것으로 수개표를 실시하려면 플로리다주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만 한다. 이럴 경우 최종 발표는 다음주까지 미뤄지겠지만 그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다른 방안으로 부재자투표를 포함한 투표결과를 이번주에 완료하는 것이다. 정확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두 방안 사이에 결정적 차이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선택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양측이 향후 절차에 동의하는 것이 결과에 수긍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됐다. 현재로선 양측이 이에 합의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누가 패하더라도 그는 줄곧 자신이 진짜 승자라고 믿을 것이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이런 절차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빚어질지 모르는 상황인 끝없는 소송, 반목의 심화, 명성의 손실과 대통령의 권위 상실을 감안해야만 한다. 이는 법의 한계를 드러내는 게 아니라 정치인들의 자질에 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둘의 자질차이는 이런 상황을 인식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이낸셜 타임스 11월 16일자>입력시간 2000/11/17 16:45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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