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제일은행 노조가 한시 파업에 돌입한 30일 종각역에 위치한 본점 영업부에 이번 사태에 대한 고객 안내문이 붙어있다. 파업으로 사이사이에 빈자리가 눈에 띈다. 이호재기자 |
|
SC제일은행 노동조합이 30일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하루 동안 펼친 파업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사측 등 일각에서는 노조의 이기주의라고 주장하는 반면 SC 측의 쥐어짜기식 경영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숫자만 놓고 보면 사측의 논리에 일리가 있다.
주요 은행의 2010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SC제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223억원으로 직원 1인당 4,923만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직원 1인당 1억2,202만원을 수익으로 거둔 신한은행의 40% 수준이다. 하나(1억525만원), 우리(7,512만원) 등과도 차이가 있고 같은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7,025만원)에도 못 미친다.
단순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1인당 평균급여는 SC제일은행이 6,100만원으로 우리은행과 같고 국민(5,600만원), 신한(5,600만원), 하나(5,000만원)보다 많았다. 한국씨티는 6,600만원이었다.
SC 측은 "작은 은행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체질을 개선하는 수밖에 없다"며 "연봉제 도입도 3년간 순차적으로 도입하자고 절충안을 내놓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SC 측의 행동에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최근 SC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국내 투자보다는 자산매각과 비용줄이기를 통한 수익증대에만 몰두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3,223억원의 당기순익 가운데 2,000억원을 지주사에 배당했고 이중 1,000억원을 본사가 챙겨갔다.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스탠다드차타드가 제일은행을 인수한 후 부동산 35건을 3,003억5,900만원에 매각했다. 최근에는 서울 잠실의 전산센터도 4,000억원에 매각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대기업과 달리 은행은 하는 업무가 비슷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SC 측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날 SC제일은행 노조는 전체 조합원 3,400여명 중 2,200여명이 파업에 동참해 충주호 리조트에서 연봉제 도입 반대를 위한 집회를 가졌다. SC제일은행은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조합원들과 비정규직 직원 2,800여명을 동원해 영업점 업무에 차질은 없었다. 현재 노조는 사측과의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장기파업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