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음악으로 고객 마음 잡아요""영업사원만 물건 파나요? 저도 매출 늘리는데 한 몫 한답니다."
강지애(29)씨는 신세계 백화점 본점 방송실 터줏대감이다. 지난 92년 입사, 10년이 넘게 본점 방송실에서 근무해왔다. 백화점 매장에서 음악은 중요한 마케팅의 일환이기 때문에 강씨의 소속도 판촉팀이다.
강씨는 "백화점 매장에서 음악을 틀어주는 주된 이유는 고객의 기분을 최대한 맞춰줌으로써 쇼핑의욕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라며 "매장이 위치한 상권이나 주 고객층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음악을 맞춰야 매출 확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또 "신세계 본점의 경우 고품격을 지향하는 점포 컨셉과 다소 보수적인 고객들의 성향에 맞춰 70~80년대 올드팝이나 세미 클래식을 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세미 클래식의 경우 피아노 소품집이나 실내 음악 및 왈츠 등이 대부분이며 유모레스크, 야상곡, 베네치아의 노래 등 대중에게 익숙한 음악을 주로 사용한다.
올드팝은 클리프 리챠드나 카펜터즈, 비틀즈의 노래나 영화 삽입곡 중 발라드 곡을 중심으로 선곡한다.
바겐세일이나 주말 등 대형 행사가 있어 고객이 많을 경우는 전 층에 경쾌한 음악이 흐르도록 한다. 그러나 점심ㆍ저녁 식사 시간에는 고객들이 편안한 소리를 들으며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식당가가 있는 층만 클래식 위주의 경음악을 사용한다.
강씨는 "매장에 흐르는 음악은 매출 확대 뿐 아니라 판매사원들의 근무의욕을 북돋는 효과도 있다"고 말한다.
폐점시간이 가까워올 때는 피곤에 지친 사원들을 위해 템포가 느린 음악보다는 신나는 음악을 주로 사용한다.
특히 개점 전 사원들이 매장을 정리할 때는 하루 시작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사원들의 신청을 받은 음악을 틀거나 최신 가요 중에서도 댄스 음악을 주로 튼다.
계절에 따라 주로 선곡하는 음악도 틀려진다. 저음인 첼로곡은 가을이나 초겨울에만 틀고 봄에는 절대 쓰지 않는다.
봄이나 초겨울에는 새소리나 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삽입된 경음악, 여름에는 파도소리가 삽입된 곡이나 살사 등 남미풍의 음악을 주로 튼다.
강씨는 "신세계는 폐장 음악으로 30년 전부터 메리홉킨의 '굿바이'를 틀고 있다"며 "매일 이 음악의 플레이 버튼을 누를 때면 최선을 다한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해 진다"고 말했다.
임동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