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전9시50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부지법 4층 입찰법정 앞. 4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경매 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경매에 부쳐진 물건은 총 33건. 감정가(5억1,000만원)보다 60%나 싼 주상복합 상가와 감정가의 절반인 4억4,544만원에 나온 마포구 도화동 현대아파트 185㎡형 등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저렴한 물건이 많음에도 경매 현장의 분위기는 냉랭했다. 일반 부동산시장의 한파가 경매시장까지 전이된 모습이었다. 이날 동행한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올해 초만 해도 경매 법정이 열릴 때마다 200~300여명의 사람들이 몰렸었다”며 “경매 법정이 이렇게 썰렁한 모습은 처음 본다”고 설명했다. 법정 앞에서 만난 주부 김모(43)씨 역시 “부동산시장이 워낙 좋지 않아 분위기나 살펴보려 나왔다”며 “모인 사람도 적지만 실제 응찰하는 사람은 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10시가 되자 법정 문이 열리고 입찰표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입찰표에 자신이 응찰하는 물건의 가격을 쓰고 최저경매가의 10%를 보증금으로 내면 입찰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사람은 그새 10명 정도 늘어 50여명이 있었지만 막상 입찰표를 받으러 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평소 같으면 입찰표를 받는 데만 10분 이상 걸렸을 것”이라며 강 팀장이 조용히 귀띔했다. 집행관이 경매방법을 설명하고 입찰표 수령까지 모두 끝나면 11시10분까지 응찰이 시작된다. 그러나 법대 앞에 놓인 투명 입찰함은 예정된 시각이 다 되도록 거의 비어 있었다. 도화동의 한 아파트에 응찰했다는 김영철(가명)씨는 “경쟁률이 낮을 것 같아 최대한 보수적으로 가격을 써 냈다”면서도 “사람이 너무 없으니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11시10분 개찰이 시작되고 응찰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감정가의 절반 가격으로 눈길을 끌었던 도화동 현대아파트 185㎡형은 단 3명이 응찰하는 데 그쳤고 낙찰가는 최저경매가보다 9,000만원 가량 높은 5억3,700만원이었다. 감정가 9억5,000만원인 도화동의 또 다른 아파트는 7억888만원에 주인을 찾아갔다. 올해 초부터 경매공부를 시작했다는 박모(35)씨는 “입찰 경쟁률이 생각보다 너무 낮아 놀랐다”며 “지금이 기회일지 위기일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날 최종 경매결과는 33개 물건 중 8개가 낙찰돼 낙찰률 24.2%에 낙찰가율 68.2%를 기록했다. 강 팀장은 “실제 수치로 보니 경매시장이 처참할 정도로 죽어가고 있다”며 “오늘 물건의 경우 다세대 물량이 적어 약세를 예상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권에서 대출요건을 강화하며 경락잔금 마련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경매시장 침체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금융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한 경매시장도 당분간 침체를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