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사설] 포르투갈의 선택

조제 소크라테스 포르투갈 총리와 사회당 내각은 외부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와 아일랜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그들은 유럽연합(EU)이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처할 포괄적인 계획을 도출해내면 지금의 포르투갈 국채가격 폭락 사태가 해결되고 나라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믿는다고 공언한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로 판명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는 24~25일 EU 정상회의에서 승인될 포괄적 계획안의 효용성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하다. 더구나 포르투갈 은행들은 현재 문을 닫고 있고 살아남은 은행들도 유럽중앙은행(ECB)의 단기 대출자금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포르투갈 은행권의 자본확충은 불가피해 보인다. 만약 이 비용을 국민세금으로 부담시키면 포르투갈의 국가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100%까지 상승할 것이다. 금융권의 혼란보다 더 뿌리깊은 문제는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로 대표되는 경제 침체와 약화된 산업경쟁력이다. 소크라테스 정부는 시간만 끌다가 경직된 노동시장과 급증한 국가부채, 비효율적인 사법제도 등의 문제에 손을 댈 기회를 놓쳐버렸다. 물론 소크라테스 정부는 공공 부문 근로자의 임금을 5% 깎고 부가가치세를 21%에서 23%로 인상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올 들어 2개월간의 정부 재정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 줄어들었다. 하지만 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이는 방식은 계속 의심을 사게 만든다. 정부는 지난해 재정적자 비율을 GDP 대비 7%로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여기에는 국영기업인 포르투갈 텔레콤의 연금펀드 자산을 국가재정으로 이전시킨 것이 톡톡한 역할을 했다. 포르투갈도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시장을 안정시킬 정도의 과감한 경제구조 개혁을 단행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포르투갈이 결국 구제금융을 받아야 한다면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시간만 끌다가 어쩔 수 없이 지원을 받아 국민들에게 '국가적 굴욕'이라는 비난이 나오기 전에 말이다. 아일랜드 구제금융 사례의 교훈은 국민정서가 (구제금융 기관에 대한) 증오로 물들기 전에 정부가 구제금융 절차를 시작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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