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격식없는 '별들의 잔치'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격식없는 '별들의 잔치' [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한국일보 미주본사 편집위원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원 hjpark@koreatimes.com 골든 글로브상을 주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에 지난해 가입한 뒤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 처음 참석했다. 제54회 시상식은 지난 15일 LA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렸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한 마디로 말해 먹고 마시고 떠드는 잔치라고 말해도 될 듯 싶다. 오스카 쇼와 달리 식중에도 참석자들이 먹고 마시는 어찌 보면 무질서한 파티도 같지만 그런 것이 오히려 더 친밀감이 가고 편안했다. 잭 니콜슨이 자리를 떠 여기 앉았다 저기 앉았다 하는 가 하면 시상자 중 하나인 찰리 신은 식이 시작되기도 전 턱시도 상의를 벗고 셔츠바람으로 돌아녔다. 골든 글로브는 영화와 TV 작품에 상을 주는데다가 할리우드의 모든 배우들에게 초청장을 발송, 식장은 그야말로 별들로 가득 찼다. 배우와 감독과 제작자들이 서로 끌어안고 반갑다고 인사하며 떠들어대는 소리로 식장 안은 왁자지껄했다. 특히 전 세계 150여개국에 생중계되는 시상식의 광고시간 때는 식장은 도떼기 시장을 방불케 할 만큼 혼잡과 소음으로 거의 아수라장 분위기였다. 골든 글로브의 또 다른 특징은 작품상과 남녀주연상에서 각기 드라마와 뮤지컬/코미디 두 부문으로 나눠 시상하는 것. 메릴 스트립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여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을 받고 울먹이는 수상 소감을 들은 뒤 화장실엘 갔다.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내 앞에서 폭스영화사와 TV 등을 소유한 루퍼트 머독 뉴스 코프 회장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그와 악수를 나누고 "재미 있어요"라고 물으니 "응 그래. 그런데 사실은 아내가 좋아해서 왔어"라고 답한다. 그런데 이 날 '디파티드'와 '블러드 다이아몬드'로 두개의 드라마 주연상 후보에 오른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가 옆을 지나갔다. 그의 팔을 잡고 "하이" 라고 인사를 하니 디 카프리오도 "하이, 버디"라며 웃었다. 날렵한 몸매의 미남이다. 그러니까 스타들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려면 화장실 옆에 서 있으면 되는데 진짜로 그런 참석자들도 있다. 이날 많은 상을 영국인들이 휩쓸었는데 '여왕'으로 주연 여우상(드라마)을 받은 헬렌 미렌은 TV 영화 '엘리자베스 I'로도 상을 받아 2관왕이 됐다. '왕'은 각본상(피터 모간)도 받았다. 두번째로 시상된 주제가상을 만화영화 '해피 피트'의 주제가인 '마음의 노래'가 받았는데 노래를 부른 프린스는 교통 혼잡에 갇혀 지각 참석하는 바람에 무대서 노래를 못 불렀다. 일종의 생애업적상인 '세실 B. 드밀'상은 워렌 베이티(69)에게 주어졌다. 그런데 베이티에게 상을 주는 톰 행크스가 소개말을 통해 계속해 "베이티는 '볼스(Balls-바람둥이였던 베이티를 놀리는 말)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는 바람에 식장에 폭소가 터졌다. 이날 시상식의 깜짝 쇼는 맨 마지막 작품상(드라마) 발표 때 일어났다. 영화배우 출신의 아놀드 슈워제네거 가주지사가 스키사고로 다친 다리 때문에 양손에 목발을 짚고 무대에 나타난 것. 그는 '바벨'에게 작품상을 주고 나서 "내년에도 시상식 볼 것을 잊지 말라"면서 '터미네이터'에서의 자기 대사를 변용해 "우리는 돌아올 것"(We'll be Back)이라고 능청을 떨었다. 별들로 빛난 밤이었다. 입력시간 : 2007/01/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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