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폭락에… 한국경제 명암] 11월 경상수지 114억달러 흑자 '사상최대'

■ 明
수입 줄어33개월 연속흑자… 수출도 줄어 '불황형 흑자' 지속


국제유가가 폭락하며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30일 한국은행은 지난 11월 경상흑자가 114억1,000만달러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종전 사상 최대는 지난해 10월의 111억1,000만달러다. 올해 11월까지 누적 경상흑자는 819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보다 9.9%(73억5,000만달러)나 많다.

12월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올 경상흑자는 한은 예상치(840억달러)를 웃돌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또 33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하고 있어 1989년에 세운 38개월 연속 흑자 기록도 깰 가능성이 높다.

경상흑자는 유가가 하락하며 수입액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11월 수입액은 400억4,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0.4%나 감소했다. 감소폭은 지난해 2월(-14.5%) 이후 가장 크다. 광물(-24.7%), 석유제품(-18.6%), 원유(-13.6%) 등이 하락세를 주도했다. 수출액도 감소했지만 수입액만큼은 아니었다. 11월 수출액은 502억달러로 전년 대비 4.8% 감소했다. 석유제품(-22.6%), 가전제품(-16.9%), 자동차부품(-6.8%) 등이 하락했다. 이에 따라 상품수지는 101억5,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내 7개월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줄었기 때문에 '불황형 흑자'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중국인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폭증하면서 여행수지는 5년 8개월래 처음으로 흑자 반전했다. 여행수지는 930만달러 흑자였다. 정준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외국인 관광객의 씀씀이가 커지면서 여행수지 적자폭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라고 평가했다.

은행에 돈을 맡겨봤자 금리는 낮고 증시도 계속해서 박스권을 탈출하지 못하자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는 계속 늘고 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줄어들어 최근 경상흑자 추세의 원인은 나쁘지만 결과는 좋을 것"이라며 "경상수지 흑자로 들어온 달러화가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졌을 때 안전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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