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결단·한발 빠른 기동력에 '무한 책임감' 빛 발해 단기성과 집착 전문경영인과 달리 100년후까지 고민 노키아 '휴대폰 17년 연구' 도 오너십 없었으면 불가능
입력 2009.05.08 17:59:09수정
2009.05.08 17: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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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家 기업' 왜 각광받나
과감한 결단·한발 빠른 기동력에 '무한 책임감' 빛 발해단기성과 집착 전문경영인과 달리 100년후까지 고민노키아 '휴대폰 17년 연구' 도 오너십 없었으면 불가능
유주희 기자 ginger@sed.co.kr
독일 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을 선도하고 있는 포르셰는 10여년 전만 해도 볼품없는 기업이었다. 세계적인 스포츠카 회사로 이름이 알려지기는 했어도 지난 1993년 1억2,200만유로의 손실을 내며 도산 직전에 이르기도 했다.
15년이 지난 현재 포르셰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대응하는 유럽 자동차 업계의 선두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경영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키운 결과 지난해 9월 유럽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폭스바겐의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매출이 폭스바겐의 14분의1, 판매량은 66분의1밖에 되지 않아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포르셰는 이제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도요타(일본), 현대ㆍ기아자동차(한국) 등에 대항하는 미래 자동차시장의 맹주를 꿈꾸고 있다.
이 같은 포르셰의 변신 이면에는 볼프강 포르셰(76) 회장의 활약이 있었다. 그는 고비 때마다 발 빠른 결단력으로 회사의 운명을 개척한 것으로 유명하다. 1990년대 위기 때에도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식 생산체제와 경영혁신을 강조한 전문경영인을 최고경영자(CEO)로 선택해 강도 높은 개혁을 뒷받침했다. 'Mr 포르셰'로 불린 젊은 CEO 벤델린 비데킹(당시 나이 39세)은 그가 만든 '작품'이었다.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이탈리아의 피아트를 이끄는 존 엘칸(33) 부회장도 창업자 지오바니 아그넬리의 현손자(4대 후손)다. 지금보다 덩치를 세 배 이상 불리려는 그의 야심 속에는 '지금 바꾸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엘칸 부회장은 2004년 주장이 강하기로 유명한 세르지오 마르키온네를 피아트 CEO로 임명했다. 피아트의 체질개선을 위해서는 새 인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마르키온네는 지난해 엘칸 부회장에게 "생존을 위해서는 연간 220만대 수준인 생산량을 550만~600만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보고했다. 2년 내 세계 자동차 시장에는 단 6개의 거대 자동차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었다. 이 보고를 들은 엘칸 부회장은 주저하지 않고 과감한 인수전을 결심했다. 피아트가 지금 크라이슬러와 GM의 유력한 인수자로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이 같은 준비작업의 산물이다.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로 우뚝 선 노키아도 오너의 장기적이고 뚝심 있는 결단이 그룹 전체의 운명을 바꿔놓은 사례로 꼽힌다. 노키아는 1970년대만 하더라도 전망이 불투명한 목재회사였다. 당시 노키아의 오너는 통신산업이 미래의 전략산업이라는 확신을 갖고 업계의 비아냥거림과 냉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색다른 분야인 휴대폰 연구개발에 몰두했다. 결국 세계 최고의 휴대폰 업체로 성장한 노키아가 휴대폰 연구에 쏟아부은 기간만 무려 17년. 단기 성과주의에 매몰돼 있는 전문경영인이었다면 도저히 이루어내기 힘든 일을 오너십이라는 결단과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오너 경영인들의 적극적인 행보는 주주들의 마음까지 돌려놓기도 한다. 전문경영인들의 최대 단점으로 지적되는 단기 성과주의가 이번 금융위기와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불렀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주주들은 과감하게 회사의 미래를 맡길 주체로서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 경영인들을 선택하고 있다. 도요타의 주주들이 지난해 14년 만에 다시 창업자의 손자인 도요다 아키오(52)를 사장으로 추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오너 기업이 절대선(善)은 아니다. 산요전기 창업자의 장남인 이우에 사토시(井植敏)는 1986년 사장으로 취임, 경영실수로 2000년 회사를 경영난에 빠뜨렸다. 게다가 배당금 분식결산까지 들통나면서 2007년 창업자 일족 전체가 경영에서 손을 뗐다. 오너 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이 투명성을 저해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때는 전문경영인들보다 오히려 100년 후를 고민하는 장기적인 전략 속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오너 경영인들이 더욱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이와 관련, "장기적 발전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일관되게 실행하는 데 있어 확실한 오너가 있는 기업이 유리할 수도 있다"며 "특히 위기 때일수록 '주주제일주의'라는 명분으로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는 전문경영인 체제로는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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