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아들-며느리' 놓고 문제 풀기 진땀어머니가 굶어 죽었다면 아들과 며느리 가운데 누구의 책임이 더 클까.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형사합의1부(재판장 강재철 부장판사)가 가정의 달에 아무도 외면할 수 없고 쉽게 답할 수도 없는 가족 문제를 푸느라 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1월 1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지영동 한 허름한 주택 작은 방에서 76살의 노파가 굶어 숨진채로 발견돼 세상을 우울하게 했다.
이 노파는 아들(45)과 며느리(42), 그리고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손녀 3명과 함께 살고 있었다. 부검 결과 노파는 사망 당시 체중이 20㎏이었고 위와 장은 비어있었다.
경찰은 골반을 다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노파가 숨지기 5일 전인 14일부터 가족이 아무런 음식물을 주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수사단계에서 경찰은 아들과 며느리를 모두 존속유기치사 혐의로 입건한 뒤 아들을 구속하겠다고 검찰에 품신했으나 검찰은 며느리를 구속하라고 지휘했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의정부지청 강수산나 검사는 “아들은 낮에 일하러 나가지만 며느리는 가사를 돌보는 전업주부로 시어머니를 돌봐야 할 책임이 더 컸다”고 설명했으며 검찰은 며느리는 구속, 아들은 불구속 상태로 기소했다.
아들과 며느리의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을 증인으로 내세워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원초적으로 갖고 있던 성격 차이에서 오는 문제를 부각시키는 노력하고 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음식을 해가도 던져버리기 일쑤였고 몸에 손도 못대게 하고 아들에게만 부축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아들의 한달 벌이는 70만원 가량이고 구청에서 생활보조비 25만원을 받는 궁색한 살림이었으며 변호인은 목사의 주선으로 ‘적은 돈’만 내고 선임했다.
검찰은 아들에게 징역 5년, 며느리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하고 일단 공을 법원으로 넘겼다.
피할 수 없는 판결을 앞둔 재판부가 아들과 며느리 가운데 누구에게 더 책임을 물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의정부=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