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현대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2000년 5월부터 작년 정기국회 직전까지 현대상선에 지원한 돈은 2조1,200억원으로 당초 알려진 규모보다 1,500억원이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산업은행 외의 금융기관들이 신규지원을 중단한 2001년 8월 농협이 500억원을 새로 지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현대상선 외에 현대건설, 현대전자 등 MH(정몽헌씨) 계열사들이 대북지원에 나섰거나 돈세탁 과정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잇따르는 상황이어서 정확한 대북 지원 규모를 알기 위해서는 최소한 2000년 이후 현대계열사에 지원된 금융지원 내역과 사용처가 철저하게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9일 “현대상선ㆍ건설ㆍ전자ㆍ유화가 유동성위기에 빠진 2000년 5월 이후 작년 정기국회 직전까지 현대상선에 대한 금융지원은 작년 국정감사당시 드러난 1조9,700억원 보다 1,500억원 많은 2조1,200억원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당좌대월.회사채인수ㆍ브리지론 등 신규지원이 1조900억원, 회사채신속인수 6,300억원, ABS 발행관련 보증이 4,0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채권단으로부터 자료를 취합해 금융감독원이 작년 8월말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자료는 처음 1조4,800억이었다가 문제의 4,900억원이 추가 폭로되면서 1조9,700억원으로 불어났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1조9,700억원 속에는 회사채 신속인수 6,300억원과 ABS발행관련보증 4,000억원, 추가 폭로된 4,900억원이 포함된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단 관계자는 “실제 금융지원액이 알려진 것과는 차이가 있다”며 “산업은행 등 일부 금융기관이 지원규모를 축소 보고하거나 은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신규 유동성은 산업은행이 2000년 5월18일 당좌대출 한도증액 1,000억원을 시작으로 9,900억원, 외환은행이 당좌대출 한도증액 500억원, 농협이 회사채인수 형태로 500억원을 각각 지원했다. 농협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자금난을 겪고 있던 현대상선이 자동차운반선을 매각하면 우선적으로 갚겠다고 해 상품운용 차원에서 500억원 어치의 회사채를 인수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협이 회사채를 떠안았던 2001년 8월은 산업은행만 신규 유동성을 지원하거나 기존 발행 회사채를 `신속인수`했을 뿐 다른 금융기관들은 지원을 중단했던 때여서 `상품운용 차원`이라는 농협의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감사원의 산업은행에 대한 감사는 국회가 폭로했던 `4000억원 대북지원 의혹`에만 맞춰졌을 뿐 현대상선에 대한 금융지원 전반과 사용처 추적이 없어 추가지원 여부에 대한 의혹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북 지원 과정에서 현대건설과 현대전자 등 다른 계열사들까지 동원됐다는 의혹이 속속 제기되고 있어 정확한 대북지원 규모를 알기 위해서는 적어도 2000년 이후의 MH 계열사에 대한 전면적인 자금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