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한국탈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중소기업의 해외투자 규모가 올 상반기 처음으로 대기업을 넘어선 데 이어 중소 제조업체 10개사 가운데 3개사가 앞으로 한국 땅을 떠나겠다는 것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중소기업의 해외투자 규모는 8억4,100만달러로 대기업의 7억8,200만달러를 넘어섰고, 특히 중소 제조업체의 투자액이 6억5,000만달러로 제조 대기업 3억달러의 배를 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한 업체가 7.2%나 되고, 이전을 계획중인 업체도 30.7%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이전 계획 업체 가운데 61.7%가 1~2년 내에 옮기겠다고 밝혀 2000년 이후 급증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엑소더스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물론 기업이 생산비 절감이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한국기업의 국내총생산 대비 해외투자 비율이 지난 2000년 이미 일본에 버금가는 상황에서 국내 수출의 절반 가까이 기여하고 있는 중소기업마저 한국을 등진다면 산업공동화가 현실로 다가온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기협 조사에 따르면 과거처럼 노동집약 업종뿐 아니라 핵심장비나 연구개발 기지마저 해외로 옮기려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그 동안 해외이전 업체의 81.5%는 단순생산 부문만을 이전했으나, 앞으로 단순생산 부문만 이전하겠다는 업체는 66.1%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 80년대 말부터 중소기업의 해외이전이 가속화했지만 고부가가치 기술 중심의 본사는 움직이지 않았던 묵시적 국가전략을 되새겨 볼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국내산업의 고부가가치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생산설비가 무분별하게 해외로 빠져나가고 이전속도 역시 너무 빠른 게 우리의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일단 중소기업의 부분적인 해외이전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을 인정, 진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도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준비 없는 해외진출 기업의 도산이나 빈손 귀국은 국부 유출이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이 전기전자ㆍ기계ㆍ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공동기술개발 및 브랜드 발굴을 독려하고 인수ㆍ합병 등을 통한 구조조정도 병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핵심산업이 공동화하고 대체산업마저 육성되지 않는 다면 더 이상 글로벌 경제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김진영기자 eagle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