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산업이 90년대 후반 과잉투자의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IT회복 전망은 환상이 아니고 현실이다”(글라이더 테크놀로지리포트 편집인, WSJ 기고문)
“지평선에 여명이 비치고 있다. 그러나 태양이 언제 떠오를지는 아무도 알수 없다”(7월 14일자 파이낸셜 타임스)
세계 IT산업이 3년 불황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희소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증시에서 계속된 기술주의 랠리는 우리들에게 섣부른 기대를 갖게 해주고 있다.
미국 IT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세계 IT경기 회복을 점치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IBM은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10% 늘었으며 순이익은 무려 30배이상 증가했다. 인텔도 2분기 순이익이 2배로 늘었으며 필립스는 5분기만에 흑자를 달성하는 개가를 올렸다.
과연 IT기업들의 실적이 좀 나아졌다고 경기가 정말로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단언할수 있을까.
미국 하버드대의 니콜라스 카 교수가 최근 IT산업의 정체성(Identity)에 문제를 삼고 나오면서 IT경기 회복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 논쟁은 90년대 후반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IT분야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학자들이 IT산업이 미래의 성장산업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면서 비롯됐다. 카 교수는 IT가 철도, 전기 등과 같은 발전방향을 가지며 이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생산의 일상적인 요소(commodity inputs)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그는 전략적인 관점에서 IT가 제공했던 경쟁우위는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기업은 공격적인 IT투자에서 벗어나 위험을 관리하는 보다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
IT산업이 종전과 같이 GDP 성장률의 2~3배씩 성장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주장이 대세인 것만은 확실하다. IT산업을 무조건 경제성장을 주도해나가는 산업으로 간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에서도 올 상반기중 인터넷기업들이 코스닥시장을 주도하며 주가가 상당히 뛰었다. 그런데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잇따라 주가가 하한가까지 곤두박질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문제는 이들의 실적이 주가 폭락을 초래할 만큼 부진했느냐는 것이다. 주요 포털들의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나는 약진을 기록했다. 그러나 정작 시장에서는 어닝서프라이즈(예상치를 뛰어넘은 깜짝 놀랄만한 실적)가 없었다고 평가하고 실망매물을 쏟아낸 결과라고 한다. 지난해보다 2배이상의 실적을 올렸는데도 성이 차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에 놀라움을 감출수 없다.
각종 지표를 감안할 때 IT산업이 하반기 이후에는 회복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은 농후하다. 또 본격 회복은 아니더라도 어쩌면 최저점을 지났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해준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예전처럼 기술을 선점했다는 이유만으로 손쉽게 돈을 벌어들이는 시대는 지났다. IT산업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한자리수 성장에 만족해야 할 시대가 왔다고도 볼수 있다. 이제 IT산업을 미래의 성장산업이 아닌 일반 제조업과 같은 하나의 업종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IT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IT산업의 위상과 발전방향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옆길로 새지 않고 똑바로 나갈수 있도록 신IT 정책을 수립하고 기업들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역량에 맞는 생존전략을 세워야 한다.
현재 여명이 비치고 있지만 우리들이 성급한 기대로 들떠있으면 태양은 영원히 떠오르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연성주(정보과학부장) sjy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