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정보제공' 졸속 행정… 온라인몰 발만 동동

새로운 고시 18일 시행되지만 유예기간 짧고 정책홍보 안돼
업자 "어떻게 다 바꾸나" 분통… 자칫 범법자로 내몰릴 위기

인터넷에서 물건을 팔 때 원산지ㆍ제조일 등 필수 정보를 반드시 제공하게 하는 '상품정보제공 고시' 시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상당수 쇼핑몰 운영자들이 이 내용을 모르거나 뒤늦게 알아 범법자가 양산될 처지에 놓였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18일 상품정보제공 고시가 시행됨에 따라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로 팔리는 의류ㆍ식품ㆍ가전제품 등은 각 품목별로 구매결정에 필수적인 제조자, 원산지, 제조 연월, 제품인증 여부 등의 정보가 함께 제공돼야 한다. 상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물건을 사다 보니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거나 구매 뒤 반품으로 사회적 비용이 소모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공정위는 이 같은 고시 변경안을 지난 5월 중순 행정예고한 뒤 8월 고시 제정안을 공포했으며 시행 이전 3개월의 유예기간을 뒀다.

문제는 유예기간이 짧은데다 정책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상당수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들이 이 사실을 잘 모른다는 점이다. 자칫 다음주부터 쇼핑몰 대표들이 대거 범법자로 몰릴 위기에 놓인 셈이다.

국내 3대 오픈마켓으로 꼽히는 G마켓ㆍ옥션ㆍ11번가 등도 법 시행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10월24~26일에서야 고시 내용을 판매업자들에게 알려줬다.

인터넷을 통해 자동차부품을 팔고 있는 A씨는 "공정위가 보도자료를 뿌리고 언론에서 다뤘다고 하지만 우편 등으로 알려주지 않는 이상 우리같이 일하기 바쁜 사람들이 어떻게 아느냐"며 "지난달 오픈마켓에서 알려줘 부랴부랴 상품 정보를 뜯어고치는 중인데 밤새 일해도 다음주까지 못 끝낼 판"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오픈마켓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뒤늦게라도 고시 내용을 전해들었고 오픈마켓이 제공하는 새 상품등록 프로그램에 맞춰 제품 정보를 수정하면 돼 상대적으로 품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직접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 운영하는 사람들은 언론이나 업계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 않는 이상 고시 내용을 들을 길이 없는데다 홈페이지 성능도 좋지 않아 각각의 상품 정보를 바꾸기 위한 작업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는 B씨는 "얼마 전 고시 제정 소식을 듣고 옷마다 제조국 정보를 넣고 있는데 종류가 수백 가지에 달해 무척 힘들다"며 "아직 고시 사실을 모르는 업자들도 많은 눈치"라고 말했다.

공정위도 고시 내용이 쇼핑몰 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18일부터 시행되더라도 무리한 단속과 처벌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오픈마켓에 등록된 제품만 수천만개에 달하는데 이 정보를 단숨에 바꿀 수도 없는 사정을 이해한다"며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사이트와 주요 페이지부터 계도 중심으로 새 고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 쇼핑몰 대표는 "통신판매업 등록 면허세를 매년 4만5,000원씩 걷어가면서 사업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유예기간도 너무 촉박하다"며 "행정편의주의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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