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11일 “원인이 외부 요인인데 어떤 특별한 방도가 있겠느냐. 미국에 가서 부탁할 수도 없고…”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뚜렷한 정책의 툴(도구)이 마땅치 않음을 시인한 것이다. 정부는 다만 현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포지션을 크게 2가지로 책정해놓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정책결정 체제를 ‘비상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실물ㆍ금융ㆍ대외 등 3개 부문으로 분화, 각 부처별 실무자들로 구성된 ‘비상 협의체’를 구성하는 게 골자다. 당장 12일 오전 관계부처 당국자들이 모여 유가ㆍ환율ㆍ금리 동향을 점검, 대응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주가와 환율 등 지표 변화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체제를 마련해놓고 있다”며 “주가가 700포인트 아래로 떨어질 때에 대비한 최악의 그림도 상정해놓고 있다”고 전했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1,6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정부는 특히 투기세력의 매수ㆍ매도가 있는지를 예의주시, 투기세력의 움직임이 보일 경우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 범위 내에서 대처할 계획이다. 정부는 단기 대응 체제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시장 관계자간 ‘마찰적 요인’에 의해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붕괴될 경우에 대비, 기관투자가들의 과도한 주식매도를 자제하도록 당부했다. 유가급등에 대해서는 중동의 정정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유가(두바이산 기준)가 35달러 언저리에서 맴돌 것으로 보고 정부 비축유 방출과 해외 직접개발 원유 도입 등 대비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35달러를 넘으면 휘발유ㆍ교통세 인하 등 비상카드를 추가로 꺼낸다는 방침이다. ◇기관도 비상협의체 구성 추진=
증시 유관기관들은 증시불안의 최우선요인을 외국인 비중의 지나친 확대에서 찾고 있다. 따라서 해법은 외국인의 비중을 낮추고 기관과 개인ㆍ법인투자가의 체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날 증권ㆍ투신 사장단이 주식 투자자금과 펀드상품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 자사주 매입제도 개선 등을 건의한 것도 같은 맥락. 사장단은 “기관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증시변동에 대해 실효성 있게 대처하고 개인이나 기관이 우량주를 갖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행에 옮겨질지는 의문이다. 재경부에서 세수축소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관의 주식투자 회피도 문제다. 외국인의 비중을 낮추기 위해서는 기관이나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사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의 현상이 나오고 있다. 증권ㆍ자산운용사 등 주요기관은 자금력이 부족하고 자금동원능력이 풍부한 은행과 연기금은 안전한 채권에만 투자하려 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 역시 주식보다는 안정자산인 부동산으로만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증권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관 육성과 개인투자자 유인이라는 명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제혜택의 대폭 강화와 같은 과감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