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이산상봉 왜 연기했나식량 지원규모등 불만도 작용한듯
남북관계 정상화 보름 만에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일정을 돌연 연기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북측의 진의와 정부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는 이번 사태가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 이례적으로 "남북간 합의사항 위반이며 즉각 철회"를 촉구하는 등 신속하고 강력한 수위로 북측을 비난했다.
◆ 북, 이산상봉 돌연 연기 배경
정부 당국자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과 테러전 가능성에 대비해 군과 경찰에 내려진 비상근무를 문제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북한 전문가도 "북측이 미국 뉴욕과 워싱턴에서 발생한 테러참사와 미국의 군사보복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측이 북한을 경계하면서 안보태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북측 성명의 표면적인 해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실은 방북단을 맞이할 재북 이산가족을 교육시키기 위한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급작스럽게 보류조치를 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북측이 당국간 회담 개최지로 금강산을 내세우는 배경으로 현대측의 금강산 관광대가 9억4,200만 달러와 특히 미납급 2,400만 달러 지급에 대한 남측 당국의 보장 요구가 깔려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하고 있다.
또 남측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식량 40만톤(쌀 30만톤 차관, 옥수수 10만톤 무상지원)의 대북지원 규모에 대한 북측의 불만도 담겨져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정부, 북 철회거부땐 나머지 일정 거부
정부는 "약속된 것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북측에 이산가족상봉 연기발표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또 판문점 접촉을 통해 유감표명과 항의내용을 담은 전통문을 전달했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도 유감을 표명하고 "합의이행"을 강력히 촉구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정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관계자들이 급히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이산가족 상봉이 연기될 경우 나머지 회담에서도 소정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입장을 정했다.
따라서 정부는 북측이 장관급회담 등 나머지 일정은 예정대로 제 날짜에 그대로 진행할 것을 제의했지만 이산가족 상봉연기 발표를 북측이 철회하지 않을 경우 나머지 회담일정도 거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달 내 예정된 제2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ㆍ금강산 육로관광회담ㆍ남북장관급회담 등이 연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특히 이산가족 방문 연기 등 북측의 주장이 먹혀들 경우 향후 민간교류에 치명적인 답보를 거듭할 것으로 보고 신중하고 강력한 대응책을 강구 할 방침이다.
김홍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