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에 대한 최근 논란을 바라보면 혼란스럽다. 일각에서는 공직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부패 관행에 혁명적 변화의 계기와 발판이 마련됐다고 환호하고 있으나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 법의 불완전성과 결함 때문에 1년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시행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언론자유 침해 등 악용 소지를 우려하는 시각이 혼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법의 최초 제안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10일 기자회견에는 여론의 관심이 온통 집중됐다. 권익위원장 재직시절인 2012년 최초로 제안하는 등 법안의 탄생에 결정적 기여를 한데다 본인 이름까지 붙어 있기에 논란을 깔끔히 정리해주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3일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수많은 기자들이 집·학교·공항에까지 찾아와 입장을 물어온 것에 대한 '답변' 차원에서 회견을 준비했다고 했다. 대법관 출신의 율사(律士)답게 그의 회견은 거침이 없었고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그의 회견 후에도 '김영란법'에 대한 논란과 국민 일반이 느끼는 모호성은 좀체 걷히지 않고 있다. 그래서 다시 살펴보니 그의 주장은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진영이 각각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와 모순이 군데군데서 노출됐다. 당장 언론의 반응만 해도 그렇다.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서는 이 법의 적용대상에 빠진 정치인들을 겨냥한 "국회의원 등 선출직공무원이 청탁 브로커가 될 우려가 크다"는 언급을 크게 부각시켰다. 반대쪽에서는 법 적용 대상에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이 포함된 데 대한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견에 방점이 찍혀 있는 등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신청한 대한변호사협회는 즉각 "법이 처음과 많이 바뀌었는데도 이제 와 '원안과 비교해 미흡하다' '위헌이 아니다'는 식의 의견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왜 위헌이 아닌지 설명도 부족했다"고 평가절하했다. 또 교직원 관련 단체들은 공직자에 우선적으로 적용할 계획이었던 것이 민간, 그것도 교직원과 언론인만 포함된 것에 대한 구체적 평가가 미흡하다고 했다. 여기에 그가 위헌 여부 판단을 하며 국민의 69.8%가 찬성한다는 식의 근거를 댄 것이 법률 전문가로서 마땅한 태도인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김 전 위원장 자신도 법안에 비판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번 법안이 반부패정책의 3대 핵심 중 하나인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빠뜨렸다며 나머지 '반쪽'에 대한 추가 보완 입법을 촉구했다.
절차 민주주의 측면에서도 그의 인식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그는 김영란법의 적용·범위와 속도 방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급속히 확대된 측면을 강조하고 앞으로 이 법에 대한 '공론의 장'이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법의 근본 취지가 "근본적으로 부패문화를 바꾸기 위한 것"인 만큼 "일단 시행하고 개선되지 않으면 보다 강화된 조치"를 취하자고 했다.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국회에서 졸속 처리된 법안을 시행부터 하자는 것은 이미 그가 이 법에 편향된 애정을 갖고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또 일반의 상식에 기초해보더라도 적잖은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마치 부패 척결이라는 개혁 성역(聖域)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는 점을 방패 삼아 하는 강요로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보면 김 전 위원장의 회견은 오히려 김영란법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부추긴 측면이 크다. 아니면 애초에 우리 사회가 법안 창조자에게 법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달라는 '이행충돌'의 무리한 주문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쯤 되면 앞으로 공개적인 언급은 하지 않겠다는 김 전 위원장이라도 논란 해소를 위해 다시 한 번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하지 않을까.
온종훈 논설위원 jho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