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은 상반기가 끝나는 이달 말까지 기업 구조조정의 큰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조조정 작업을 하반기로 넘기면 구조조정 의지자체가 약해질 수 있고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 구조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채권단과 9개 주채무 계열이 일정대로 재무구조개선약정(MOU)을 맺은 만큼 일단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신규모 500억원 이상 대기업에 대한 채권단의 평가결과가 너무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평가를 더 엄격하게 해 구조조정 대상을 늘릴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기업 구조조정 본격화로 은행들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이 더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 집단 구조조정, 한 고비 넘겼다=정부는 “구조조정은 시장 자율적으로 채권단과 개별 그룹들이 알아서 할 문제”라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직간접적으로 기업들과 채권단을 압박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기업들은 부실을 털어내고 몸을 가볍게 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은행들은 동반 추락의 고리를 끊겠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정부는 산업은행이 금호와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고 자율적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두산과 웅진이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해 발표한 만큼 한 고비를 넘겼다는 입장이다. 금호의 경우 금융권 여신이 18조원에 달해 금융권은 물론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여신 500억원 이상 대기업 구조조정은 미흡, 더 늘려라=금융감독원은 지난주 초 주요 은행들을 대상으로 500억원 이상 대기업에 대한 재무구조 평가결과를 점검하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을 주문했다. 채권은행들이 430개 세부평가 대상 기업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 결과 구조조정 또는 퇴출 대상인 CㆍD등급을 받는 곳은 심사대상의 5% 안팎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한 채권은행이 150개에 육박하는 대기업에 대해 평가한 결과 C등급(워크아웃)은 5곳을 밑돌고 D등급(퇴출)은 한 곳에 그쳤다. 감독당국은 “세부평가 대상 기업에 신용등급이 A등급 또는 BBB 이상인 투자등급 기업들이 다수 포함됐다”며 “감독당국이 평가대상을 확대했지만 평가는 채권단의 몫”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막상 평가결과가 너무 미흡하자 엄격한 평가를 주문하면서 은행들을 압박했다. ◇구조조정 본격화, 은행 충격 우려=감독당국은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은행들에 미칠 충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들의 마진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부실자산과 충당금 부담이 늘어 수익성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감독당국이 구조조정을 서두른 것도 부실을 조기에 처리해 규모를 줄이고 은행들의 충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은행들의 구조조정 관련 부실여신은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1ㆍ4분기에 3개월 이상 연체여신이 크게 증가해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높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4ㆍ4분기에 건설ㆍ조선사 구조조정 대상 여신을 고정이하로 분류해 충당금을 미리 쌓은 반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요주의 여신으로 쌓아 올 1ㆍ4분기에 고정이하 여신이 크게 늘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부실자산 매각을 통해 고정이하 여신을 줄여나가고 있지만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고정이하 여신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