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현장을 가다] <3> 자동차 판매 대리점

텅빈 객장 車내수 침체 수렁…신차효과도 시들 내방객 작년의 절반수준
무리한 할인전 영업점 수익악화로 이어져…稅감면등 민관합동 대책마련등 서둘러야

[불황 현장을 가다] 자동차 판매 대리점 텅빈 객장 車내수 침체 수렁…신차효과도 시들 내방객 작년의 절반수준 무리한 할인전 영업점 수익악화로 이어져…稅감면등 민관합동 대책마련등 서둘러야 석유화학 가공업체 구미 화섬업계 “이제는 신차 효과도 시들해지고 있습니다. 불황의 끝이 안 보입니다.” 지난 23일 토요일 오후3시, 경기도 용인시 수지에 위치한 A자동차의 직영 영업점에서 만난 한 영업사원은 기자에게 첫마디를 이렇게 꺼냈다. 그는 “한 기자가 오늘 처음으로 객장을 방문한 사람”이라며 “오전9시에 출근해 6시간 만에 처음으로 말 상대를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영업점 당직자라고 소개했다.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자동차 판매점 역시 주말에는 당직 근무자가 자리를 지킨다. 영업점 전시장에는 이 업체가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라고 자부하는 신형 모델의 자동차들이 전시돼 있다. 당직자는 “공식 통계로는 지난해 7월부터 내수침체가 시작된 것으로 나타나지만 6월 이후 수도권에 위치한 지점들이 월별 목표치마저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레저용차량(RV)마저 내년부터 세금이 오를 예정이어서 자동차 내수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말에 가족동반 고객들의 방문이 평균 30여명으로 평일의 3배가 넘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는 것. 그는 이어 “예전에는 신차가 나오고 전시장에 신차를 갖다놓으면 주말 오후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며 “요즘은 신차 효과도 예전만 못한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 업체의 경우 지난달 신차를 출시한 후 아직까지는 한달 정도 대기수요가 있지만 예전에 신차 출시 후 길게는 6개월까지 대기수요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신차 효과라는 말을 쓰기가 민망할 정도다. 10월21일 목요일 오후4시에 들렸던 서울 여의도 B자동차 판매영업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사무실이 밀집해 있어서 1년 전만 해도 평일 오후시간대에는 샐러리맨들의 상담이 하루 2~3건은 있었다. 그러나 이날은 객장에 관리직원 5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대리점의 강모(41) 지점장은 “내방고객이 지난해보다 50%나 줄어들었다”며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개인사업자들까지 어려워지면서 승용차는 물론 상용차와 택시 수요마저 사라지고 있어 불황의 끝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영업점들은 지점장 재량으로 신차를 제외한 전차종에 대해 파격적인 할인전을 펼치고 있지만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무리한 할인전은 결국 영업점의 수익악화로 이어져 자동차 내수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강 지점장은 “우선 정부가 RV차량 세금인상을 철회해야 한다”며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자동차 내수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자동차 내수판매는 약 100만대를 간신히 웃돌 전망이다. 자동차업계는 불과 3~4년 전만 해도 내수시장에서 연간 150만~160만대를 판매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수출이 자동차업계를 받쳐주고 있지만 해외업체의 예를 봐도 내수기반이 무너질 경우 수출 역시 둔화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내수회복을 위한 민관합동의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동수기자 bestg@sed.co.kr 입력시간 : 2004-10-2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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