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에 호재… 롬니에게도 큰 타격 아닐 듯

■ 美 3분기 경제성장률 전년동기比 2.0% 성장
개인소비ㆍ정부지출ㆍ건설투자 호조 덕
달러강세로 수출 타격은 흠


"전반적인 경기 회복은 '완만한 속도(moderate pace)'에 머물러 있다."

지난 24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후 내놓은 경기 진단이다. 26일 발표된 미국의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예비치는 비록 시장의 예상은 뛰어넘었지만 이를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탓에 주요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고 높은 실업률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얘기다. 특히 대선이 끝난 뒤에도 민주당과 공화당이 힘겨루기에 들어가면서 재정절벽(재정지출의 갑작스러운 축소로 인한 경기 충격)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경제가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일단 이번 3ㆍ4분기 성장률 호조는 미국 경제를 움직이는 개인 소비지출이 견인했다. 개인소비 증감률은 2.0%를 기록해 비록 시장 예상치인 2.1% 증가에는 못 미쳤지만 지난 분기의 1.5% 성장을 뛰어넘었다. 특히 개인의 자동차를 포함한 내구재 지출은 무려 8.5%나 급증했고 애플의 '아이폰5' 등 새로운 모바일 기기의 등장도 소매판매 호조에 힘을 실었다.

국방부문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지출이 급증한 것도 한몫을 했다. 지난 3ㆍ4분기 연방정부의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9.6%나 증가해 2010년 2ㆍ4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외에도 FRB의 3차 양적완화(QE3)의 영향으로 3ㆍ4분기 주거용 부동산 건축이 전년 동기 대비 14.4%나 늘어난 점도 성장률을 견인했다.

반면 마냥 반가운 지표만 나온 것은 아니다. 수출이 악화되고 기업의 설비, 소프트웨어 투자가 제자리걸음을 한 점 등은 GDP 성장률 갉아먹은 것으로 분석됐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며 미국의 3ㆍ4분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해 2009년 1ㆍ4분기 이후 3년 반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민간 소비와 함께 미국 경제 성장의 양 축이 되는 기업 설비투자도 지난 분기에 1.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무부는 이런 요소들로 인해 GDP 성장률이 0.12%포인트 하락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니겔 걸트 IHS글로벌인사이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지출이 완만하게 성장하고 가장 좋지 않았던 주택경기가 반등하면서 미국 경제는 확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그 속도가 더딘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연준의 부양기조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옐레나 슐야티에바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여전히 2%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것이고 이 정도로는 연준이 정책기조를 바꾸기는 어렵다"며 "성장률이 더 높아지고 실업률이 더 하락할 때까지 양적완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미국 대통령 선거 전 마지막 GDP 성장률 통계가 예상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남으로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입지도 넓어지게 됐다. 이날 AP통신은 "대선을 불과 11일 앞두고 집계된 이번 통계로 '미국 경제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주장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번 수치가 미국 고용시장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오면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에게도 그리 악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현재까지 나온 올해 GDP 성장률 평균치는 1.74%로 지난해의 1.8% 성장에 못 미친다"면서 "롬니 후보는 이 점을 물고 늘어지며 오바마를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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