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金鍾泌) 총리는 지난 12일 밤 내각제 연내 개헌 유보를 항의하기 위해 총리공관을 방문한 자민련 김용환(金龍煥) 수석부총재와 강창희(姜昌熙) 총무에게 『내각제 개헌이 안되면 의원 당선되기가 어렵다니 (충청권 의원들의 주장대로) 소선거구제는 받아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이같은 金총리의 발언은 자민련내 내각제 추진세력인 충청권 의원들의 동요와 반발을 막기 위해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즉 충청권 의원들이 내각제를 포기하고도 당에 남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줌으로써, 자칫 내각제 분란으로 위기를 맞을지도 모르는 공동정권의 틀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소선거구제 유지 발언이 金수석부총재로부터 나왔다는 점에서 金총리의 소선거구제 유지발언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金총리 발언의 진위여부를 의심하는 측은 그동안 소선거구제를 주장해 온 金수석부총재와 자민련측이 연내 개헌유보에 대한 댓가로 소선거구제 유지를 金총리 입을 빌려 유포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왜냐하면 소선거구제 유지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정치개혁 협상을 통해 우여곡절끝에 마련한 중선거구제 당론을 뒤집는 것일 뿐만 아니라 지역갈등 해소와 전국전당화라는 지상명제 실현을 위해서는 반드시 중선거구제-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해온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국민회의측은 金총리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 총재권한대행은 15일 고위당직자회의에 앞서 『우리 당은 중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당론』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그러나 무슨 말인지 金총리를 만나서 확인해보겠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취했다. 이번 金총리 발언은 여권 지도부가 이미 내부적으로 소선거구제 유지 방침을 굳혔다는 소문과 함께 소선거구제 유지를 당론으로 고수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반발을 감안, 여야 협상에도 상당한 가능성을 보인 셈이다. 장덕수 기자DSJ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