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재산형성 저축(재형저축) 상품이 다음달 6일 본격적으로 출시될 예정인 가운데 자산운용사들이 재형저축펀드에 대한 마땅한 가이드라인이 정해지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국무회의에 상정된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은 기존 입법예고안대로 통과됐다. 앞으로 시행규칙 마련 절차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재형저축 상품이 출시된다. 시중은행들은 이에 발맞춰 오는 3월6일께 재형저축 상품을 일괄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은행들은 현재 금리 결정만 남겨놓고 벌써부터 상품 알리기에 나서는 등 신규고객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자산운용 업계의 재형저축펀드 출시준비는 아직까지 지지부진하다. 대부분의 국내 운용사들은 현재 매매차익에 과세(15.4%)되는 해외주식형이나 해외채권형으로 재형저축 상품을 출시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을 뿐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이 '이 정도 수준이 될 것이다'라고 예상만 하고 밑그림만 그리고 있을 뿐 구체적인 상품 출시계획은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태"라며 "지금 가이드라인이 나온다 하더라도 금감원의 약관심사와 금융투자협회의 광고심의까지 받으려면 통상 2~3주가 걸려 다음달 6일까지 일정을 맞추기 빠듯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운용사가 금감원에 제출한 펀드신고서의 효력발생 기한은 15일이다. 다음주부터 신고서를 접수한다고 하더라도 은행의 재형저축 상품 출시일인 다음달 6일께 재형저축펀드를 출시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금감원은 장기상품인 만큼 은행 예금상품과 출시일을 맞출 필요성이 적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시행규칙 제정과 발맞춰 업계와 상품 가이드라인을 논의한 후 이르면 다음주부터 펀드신고서를 접수할 예정"이라며 "운용사마다 상품 출시일이 다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운용사들 역시 재형저축펀드에 대한 기대감을 낮춰 잡고 있다.
또 다른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재형저축 가입 대상을 연 5,000만원 이하 근로자로 한정해 수요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나마 은행 상품이 시장을 먼저 선점할 것으로 보여 재형저축펀드가 경쟁력이 생길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외국계 운용사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외국계 운용사의 경우 재형저축펀드가 정부의 방침이기는 하지만 수요가 한정돼 있고 마땅한 상품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 본사의 상품 승인을 받기 힘든 분위기다. 외국계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해외채권형이나 주식혼합형으로 준비하고는 있지만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다른 외국계 운용사들은 아예 상품 출시계획을 잠정적으로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