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첫해인 올해 경제성적표는 한 마디로 최악이다. 각종 위기와 사태, 의혹이 잇따라 터지면서 경제는 나락으로 추락한 한해를 보냈다. 앞날도 자신할 수 없는 처지다. 상황이 나아진 게 별로 없는데다 정부의 지도력이 의심받고 정치적 혼란이 더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와 격차는 날로 벌어지는 있다. 수출만이 고분분투하며 경제를 지탱해온 올 한해 한국경제를 5회에 걸친 시리즈로 조망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7%대 성장잠재력 확충, 동북아경제중심 도약…`. 지난 2월 참여정부 출범 당시의 슬로건이다. 그러나 연말을 맞는 현재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5%대로 예상했던 경제성장률은 잘해야 3%대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설비투자는 4개월째, 도소매판매는 8개월 내리 감소세다. 신용불량자는 360만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이 같은 투자와 소비부진이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투자와 소비부진에 인구고령화, 신용불량자, 부동산거품 등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자리잡을 경우 연간 3%대의 저성장구도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세계는 저멀리서 뛰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전의 악영향으로 침체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비웃듯 지난 3ㆍ4분기중 8.2%라는 고성장을 이뤘다. 장기불황에 처해있던 일본 역시 뚜렷한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세계의 자본이 몰리는 중국은 올해에도 고성장 신화(연간 8.5%)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만 처져 있다.
경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전 정권이 펼친 부양책의 부작용을 고스란히 넘겨 받은 데다
▲국정리더십의 부재에 따른 혼란이 겹쳤기 때문이다. 국민의 정부가 2001년 단행한 내수진작과 부동산 경기 앙양의 효과는 `순간의 달콤함, 확대재생산되는 고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2년 연간 6.3%라는 고성장을 달성했지만 가계신용 하락과 신용불량자 양산, 부동산 투기 광풍으로 이어진 것이다.
사유재산권을 제약한다는 주장이 나올만큼 강력한 10.29부동산종합대책으로 아파트 투기는 일단 잠복했지만 가계신용 하락과 신용불량자 문제는 해결의 기미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과 11월 두차례 발생한 LG카드 유동성 위기가 바로 가계신용 위축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여기에 참여정부의 어설픈 노동정책이 춘투 뿐 아니라 하투(夏鬪)ㆍ동투(冬鬪) 등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사시사철 파업이 끊이지 않는 `상투(常投) 분위기`로 이어졌다. 자연스레 외국인직접투자가 줄어들고 국내 재계도 잇따른 의혹과 대선자금 수사의 와중에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신규채용이 줄어 청년실업이 나올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오로지 수출만이 호조를 보여 당초 예상한 연간 20억달러 흑자의 5배를 넘는 10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앞날은 불투명하다. 중국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선다는 경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대중 의존도는 심화한다는 사실은 한국경제가 새로운 외줄타기에 들어섰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