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4일 오후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시신에 대해 부검을 실시했다.
서울지검 형사3부(곽상욱 부장검사)는 이날 “경찰을 지휘해 현장을 조사한 결과 정 회장이 추락사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외관상 두개골 골절이나 출혈, 장기파열 등 직접사인이 발견되지 않았고 자살 동기 등도 불분명하다”며 “시신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국립과학연구소에 의뢰해 부검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앰뷸런스에 실려 온 정 회장의 시신에 대한 부검은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채 정 회장의 동생 몽윤씨 등 유족의 입회 하에 국과수 이한영 과장 등 4명이 1시간 여에 걸쳐 실시했다.
이에 앞서 이길범 서울 종로경찰서장은 브리핑을 통해 “정 회장의 타살 혐의 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집무실 창문이 반 정도 열려 있었고 유서와 시계, 안경이 집무실 원탁 위에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정 회장은 3일 밤 11시52분께 서울 계동 현대 사옥에 도착해 본사 보안직원 위모(30)씨의 안내로 12층 회장실로 이동했으며, 열쇠를 건네 받아 안에서 문을 닫아 걸었다. 정 회장은 시신으로 발견됐을 당시 하늘을 쳐다본 채 팔과 두 다리를 벌리고 화단에 쓰러져 있었으며 목 주위 상처를 제외하고는 출혈이나 별다른 외상은 없었다.
그러나 정 회장의 유서가 완전 공개되지 않아 `대북송금 및 비자금 사건`에 관련된 그의 복잡한 심경이 포함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서는 글씨가 매우 크고 갈겨 쓴 필체로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에게 1장, 현대 임직원에게 보낸 것으로 보이는 1장, 그리고 부인과 자녀들에게 보내는 2장 등 모두 A4용지 4장으로 봉투 3개에 각각 넣어 밀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공개된 내용은 일부분 뿐이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