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 수탁금 10년만에 은행 금전신탁액 추월

투신사 수탁액이 은행 금전신탁 수탁액을 10년만에 추월했다. 2일현재 투신사 수탁액은 167조1,679억원으로 지난 9월28일 160조8,748억원을 기록한 은행 금전신탁을 7조원가량 앞섰다. 투신사 수탁액이 은행금전신탁을 8,000억원가량 앞섰던 지난 87년말이후 10년여만의 일이다. 이는 금융시장에서의 투신사 위상이 그만큼 높아져 향후 금융정책 수립에 있어 투신사 동향을 무시못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신사 수탁액은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은행신탁과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적은 규모에 불과했다. 97년말 투신사 수탁액은 86조8,447억원으로 은행 금전신탁 193조239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투신사 수탁액은 지난 9개월동안 80조원이 증가한 반면 은행 금전신탁은 33조원이 줄어들었다. 투신사의 약진원인은 무엇보다 연초 금리가 급등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수익률경쟁에서 은행 신탁을 앞섰기 때문이다. 만기가 2~3년인 채권투자비중이 투신사의 경우 전체자산의 50%를 넘는 반면 은행신탁은 20%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금리가 하락할 때는 투신사 수익증권의 수익률이 은행신탁을 앞설수 밖에 없다. 투신 수탁액 증가의 또다른 원인은 투신운용사들이 공격적인 영업력을 구사하는 증권사를 통해 채권형펀드를 제한없이 판매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5조원에 불과했던 투신운용사 수탁금은 지난 2일 67조원으로 12배가량 증가했다. 반면 기존 투신사 수탁액은 같은기간 81조원에서 99조원으로 22.6% 증가하는데 그쳤다. 은행신탁 추월의 일등공신은 투신운용사 및 증권사인 셈이다. 이처럼 투신사는 양적인 부분에서 성공적인 일면을 보이고 있으나 질적인 면에서는 개선해야할 점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투신사의 이론적 존립기반은 주식처럼 투자위험도가 높은 유가증권과 채권처럼 안정적인 유가증권을 절묘하게 배합한 상품을 판매, 증권시장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데 있다. 전체 투신수탁액의 4.9%에 불과한 주식형상품 비중을 감안할 때 이같은 존립근거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다. 증권전문가들은 『앞으로 투신사들은 시장확대도 중요하지만 운용인력양성과 다양한 주식형상품 개발 및 판매에 주력해 투신사 본연의 주식시장 안전판 기능을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최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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