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고장 잦은데 전력수요 급증… 냉방 단속 등 총동원 불가피

■ 심상찮은 여름 전력… 정부 대책은
5월 예비전력 500만㎾ 그쳐 한여름엔 살얼음판 예고
한빛 3호기 조기 재가동 지정기간 수요관리도 추진


전력당국으로서는 반갑지 않은 때이른 무더위가 한반도를 찾았다. 우리나라 전력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원자력발전소의 고장이 잦아진 상황에서 전력수요마저 늘어 여름철 전력고비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도 불안하다.

전력당국이 선택형최대피크요금제(CPP)를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고장난 원전의 조기 가동, 냉방 상태에서 문을 열고 영업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려는 것도 그만큼 전력사정이 어렵다는 의미다. 전력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치닫지 않겠지만 주목할 것은 매년 전력의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싼 전기요금 때문에 수요가 폭증하고 생산된 전기를 공급할 전력망 구축 등의 작업이 민원 탓에 쉽지 않은 것도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특히 평년보다 발달한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이 높고 강수량도 많을 것으로 예상돼 지난 겨울 못지 않게 여름철 전력 고비를 넘기는 게 쉽지 않을 듯싶다"고 말했다.

◇살얼음판 전력사정=한국전력에 따르면 이달 초 전력거래소 등이 추산한 하계 피크 예비전력은 300만~400만㎾다. 관심단계인데 전력사정이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 관계자는 "정확한 전망은 오는 23일 기상청의 3개월 장기예보가 나와야 추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올여름 전력 사정은 매우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5월의 때이른 무더위로 벌써부터 예비전력은 500만㎾에 머물고 있다. 전력공급력이 6,500만㎾ 안팎인 상황에서 지난달부터 전력수요는 6,000만㎾를 넘나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전력당국은 여름철 전력비상수급기간을 앞두고 원자력발전소들이 줄줄이 계획예방정비에 돌입했다. 당분간 전력공급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로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국내 원전 총 23기 중 현재 고장과 예방정비 등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 발전기는 스트레스테스트(노후원전의 안전성 평가)를 받고 있는 월성 1호기와 고리 1호기 등 총 9기다.

◇대기업에까지 CPP 확대…"꺼낼 대책 다 내놓겠다"=전력당국은 "전력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꺼낼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다 내놓겠다"고 밝히고 있다.

우선 검토 대상에 오른 게 지난 겨울 최초로 도입했던 CPP를 계약전력 3,000㎾ 이상 대기업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CPP는 전력 피크일과 피크시간에 높은 요금을 부과하는 대신 비피크일과 중간ㆍ경부하 시간에 요금을 낮추는 전기요금제도다. 최대부하 요금을 기준으로 비피크일과 피크일의 전기요금 차이는 5배 수준인데 피크일에 조업을 줄이면 수용가 입장에서는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물론 전력당국으로서는 피크 때 전력수요를 줄인다.

문제는 CPP가 지난 겨울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당초 3,000여곳의 수용가를 CPP에 참여시켜 피크시간대 20만㎾의 전력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 CPP에 참여한 수용가는 800여곳에 그쳤고 부하관리 효과도 거의 보지 못했다. 새로운 전기요금 제도를 기업들이 낯설어한데다 참여대상이 계약전력 3,000㎾ 미만인 중소업체로만 제한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올여름 CPP의 참여 대상을 계약전력 3,000㎾ 이상 대기업 등으로 확대해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기존 수요관리제도에 따라 정부 보조금 등을 받는 대기업들이 '이중혜택'을 받을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여름에는 겨울과 달리 수요관리제도 안에 들어와 있지 않는 대기업들도 꽤 많기 때문에 이들을 CPP로 끌어들이면 전력 피크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여름 실시했던 '지정기간 수요관리'제도를 올여름에도 도입할 계획이다. 기업들이 휴가일정을 최대 피크 휴가철인 '7월말부터 8월 초' 사이를 피해 조정할 경우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이와 함께 상업시설들이 문을 열고 냉방을 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 개문냉방 행위에 대해서는 3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실제로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가 전무할 정도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올여름에는 실제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사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고장으로 멈춰선 한빛 원전 3호기를 재가동하는 것이 급선무다. 전력 사정이 아슬아슬할 때는 100만㎾급 원전 하나가 전력당국의 생사를 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멈춰선 한빛 원전 3호기는 다음달 중순이면 정비가 완료될 것으로 보이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가동 여부를 장담하기는 이르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여름철 전력수급을 위해 한빛 3호기 재가동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안전성에 대한 판단은 철저히 원안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또 다음달 중순께 산업체들과 간담회를 갖고 하계 전력수급 대책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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