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원 규모의 배당을 추진하다 고배당 논란에 휩싸인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배당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금융 당국의 강력 경고에 따라 사실상 '백기투항'한 셈이다. 다른 은행들도 금융 당국의 '고배당 억제' 방침에 따라 예년 수준에서 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SC은행은 최근 배당계획을 기존 2,0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SC금융지주에서 영국 본사로 송금하는 배당금도 절반 수준인 7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SC은행이 저성장ㆍ저금리 등 국내외 경제상황을 감안해 배당 규모를 줄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SC은행은 2,000억원을 금융지주에 배당한 후 1,500억원을 다시 영국 본사로 보낼 예정이었다. 만약 이 같은 배당을 계획대로 단행할 경우 SC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결정한 중간배당 1,000억원까지 모두 3,000억원을 배당하게 된다. 지난 2005년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 제일은행 인수한 후 최대 규모다.
문제는 지난해 SC은행 실적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사실. 실제로 지난해 3ㆍ4분기까지 SC은행의 누적 당기순익은 1,663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동기 대비 54% 감소한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이 집중지도를 통해 SC은행의 고배당을 억제하겠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금융 당국이 SC은행의 고배당에 제동을 걸면서 여타 은행도 배당 수준을 높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8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실시했던 한국씨티은행은 2011년 배당액이 1,299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결의될 배당 규모가 500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일반 시중은행들 역시 전년도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한편 고배당을 하는 은행에 대해서는 은행장을 포함한 경영진에게 직접 배당의 적정성과 자본적정성지표 등에 영향이 없는지를 따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