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사라진 경제전망… 석연찮은 KDI


25일 치러진 기획재정부 출입기자단 정책 세미나. 당초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5년 경제전망'이라는 주제로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기재부 간부단, 그리고 출입기자들과 토론을 벌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최 측인 기재부는 불과 하루 전에 주제를 '일본의 1990년대 통화정책과 시사점'으로 뒤바꿨다. 같은 날 뿌려질 예정이던 KDI의 보도자료는 아예 보도계획에서 사라졌다. 우리나라 최고 '싱크탱크'라는 KDI가 내놓는 경제전망을 통해 보다 충실하게 우리 경제의 '감시견(워치독)' 역할을 하고자 했던 기자의 열망도 그렇게 사그라졌다.

이에 대한 기재부와 KDI의 설명은 이렇다. 최근 엔화약세와 중국의 금리인하 등 대외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게 성장률을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 담뱃값 인상안이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될지 모르는 상황인지라 물가상승률을 계산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게 두 번째 이유다.

이 같은 설명이 군색해 보이는 것은 기자뿐일까. 우선 KDI의 하반기 경제전망치는 매년 11월 중·하순에 어김없이 발표됐었다. 또 담뱃값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률을 계산해내는 게 쉽지 않다면 경제전망보다도 중요한 나라살림을 꾸리는 데 이를 포함한 기재부는 엉터리 셈법을 한 셈이 된다.

변명이 군색하다 보니 의심만 커지고 있다. 재정당국의 장밋빛 전망과 다른 수치가 나올 경우 자칫 국회에서 한창 논의되고 있는 예산안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가뜩이나 '초이노믹스'의 약발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기재부 '외압설'이 퍼지고 있는 이유다.

시계추를 돌려보자. 지난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기 직전 당시 김경식 경제부총리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다"고 큰소리쳤다. 언론은 이를 그대로 받아 적었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하려는 산업은행을 두고는 "100년 만에 글로벌 금융시장 진출 기회가 왔다"는 등의 칭찬이 이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리먼브러더스는 파산했다. 이렇게 정보 독점의 폐해를 언론은 그동안 두 차례나 경험했다.

뒤바뀐 주제인 '일본의 1990년대 통화정책과 시사점'에서는 일본 정부가 디플레이션에 대한 판단착오로 20년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경제는 혼자의 판단으로 이끌어갈 만큼 단순한 시스템이 아니다. 미루는 것도, 감추는 것도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같은 자리에 있었던 당국자들이 유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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