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불과 2년 만에 경남기업이 또다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경남기업은 대아그룹 계열사로 1951년 8월에 설립된 시공능력 순위 21위의 종합건설회사다.
경남기업이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유동성이 급속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연말까지 차입금 상환 등에 2,65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또 1년 안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는 1조5,100억원, 차입금만도 9,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6월 말 현재 경남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541억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자산유동화증권 발행 등 자금조달 계획을 세웠으나 신용등급 하락으로 쉽지 않게 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며 "채권단에 추가로 1,500억~2,000억원의 자금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회사들은 경남기업이 지난달 30일 만기 도래한 188억원 규모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을 이달 11일에서야 결제하자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로 인해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2009년 건설업체 1차 구조조정 당시 워크아웃을 시작했던 경남기업은 2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업계의 모범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워크아웃 동안 자산매각 등을 추진하면서 약화된 기업의 체력으로는 갈수록 깊어지는 건설 불황을 이겨내지 못했다. 해외에서 수주는 계속됐지만 국내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공사수주가 저조해지면서 자금이 부족해졌다. 결국 지난해 기준 24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됐고 올 들어서도 해외공사 차질, 공공공사 입찰제한 등 악재가 겹치면서 경영상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경남기업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트남 하노이에 보유한 '랜드마크72' 건물(아파트 제외)을 매각하려고 했지만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랜드마크72의 호텔 등 자산가치가 9,000억원 수준이어서 매각하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자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건설업체 구조조정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채권회수 중심의 워크아웃이 건설업체를 정상기업으로 돌려놓지 못하고 워크아웃 졸업 이후에도 '껍데기'만 남은 기업으로 만든다는 지적이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기업을 회생시킨다는 워크아웃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며 "채권단이 적절하게 금융지원을 하고 적어도 공공 부문에서 수주영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개선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한은행 등 채권단은 30일 채권단협의회를 열어 경남기업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주거래은행인 수출입은행을 대신해 신한은행이 경남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경남기업을 살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