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정리하고 덕담을 나눌 시기인 세밑에 여야간의 충돌로 정치가 실종되더니 새해 벽두에는 개각을 놓고 여권내부가 불협화음에 휩싸임으로써 정계 전체가 피아(彼我) 구분 없이 혼돈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사학법’ 강행처리라는 ‘거리’도 되지 않는 이유로 가출해 엄동설한에 거리를 헤매고 있는 야당은 차치하더라도 여당의원이 입각하는 환영하고 축하해야 할 개각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사태를 보면 “코미디야! 코미디”라고 미소 짓던 한 여성장관의 얼굴이 떠오른다.
여야를 불문하고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2년 후에나 있을 차기 대권을 놓고 벌어지는 매끄럽지 못한 권력 대안 찾기 암투를 보는 듯해 허탈하다 못해 씁쓸하기까지 하다. 사실 우리 국민은 ‘국민통합과 정치개혁’을 외치던 참여정부를 출범시켰고 한 시대를 앞서 갈 만한 철학과 사고를 소유한 대통령을 얻었다.
그러나 헌정사상 유례없는 탄핵사태와 끊임없는 헐뜯음으로 인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추앙과 존경심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단지 권력의 칼날만을 손에 쥔 일개 정파의 수장에 불과하다는 비난만이 난무하고 있다.
희망찬 새해를 맞아 떠오르는 일출과 월드컵 얘기로 시작된 뉴스가 신년인사를 하는 대통령의 얼굴이 화면에 나오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져 채널을 돌려버렸다는 얘기를 들을 땐 권위와 위엄의 상징이자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줘야 할 대통령이 ‘동네북’으로 전락해버린 것 같아 안타깝기조차 한 마음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고이즈미 개혁의 일환인 우정산업 민영화를 놓고 의회까지 해산해 의석의 3분의2를 차지한 정치적 도박의 성공을 반면교사로 삼아 현재 거론되는 빅2를 사석(死石)으로 삼고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다는 오해는 받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기에 밀어붙인다는 소리를 듣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았고 힘도 있다. 좀더 능숙하고 매끄러운 정치를 보고 싶다. 국리민복을 명분으로 한 어느 누구도 ‘찍’소리 못할 그러한 정치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