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 인도 엑소더스 가속도

규제완화책 미흡·성장률마저 5%대로 떨어져
월마트·버크셔해서웨이 등 줄줄이 투자 철회



해외자본 유치를 위한 인도 정부의 잇단 규제완화 발표에도 불구하고 인도시장에서 발을 빼는 외국 기업들의 '엑소더스(대규모 탈출행렬)'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한주 사이에만도 월마트ㆍ버크셔해서웨이ㆍ포스코ㆍ아르셀로미탈 등 굵직굵직한 다국적기업들이 인도의 과도한 규제를 이유로 투자계획을 줄줄이 철회했다. 인도 경제를 뒤덮은 먹구름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인도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미국계 다국적 소매업체인 월마트는 최근 인도 점포개설 계획을 철회했다. 월마트의 현지 합작 투자사인 바르티리테일은 이날 점포개설을 위해 마련한 17개 부지를 본주인에게 돌려줬다고 신문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월마트의 대인도 투자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에 여러 점포를 개설한다는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도 17일 인도의 온라인보험업에 진출한 지 2년 만에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WSJ는 정확한 이유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주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아룬 바라크리스난 온라인보험업 대표는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이르면 3년 안에 업계 3위에 오르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으나 불과 7개월 만에 그 꿈을 접게 됐다.

이외에도 한국의 포스코와 벨기에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이 각각 17일과 18일 제철소 건립계획을 철회했다. 양사 모두 부지확보 지연과 당국의 지지부진한 사업허가 등이 주된 이유라고 전했다.

이처럼 외국자본이 줄줄이 이탈하는 것은 인도의 만모한 싱 정부가 내놓는 규제완화책이 미흡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싱 총리는 지난해 9월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소매ㆍ항공ㆍ전력거래 부문의 외국인 지분보유 비중을 대폭 상향 조정한 데 이어 16일에는 보험ㆍ통신ㆍ국방 분야에서의 외국자본 규제 완화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난해 1차 규제개혁이 부처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데다 최근 발표된 규제완화책 역시 기업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지난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인도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동기 대비 21%나 줄어들었다.

5%대로 떨어진 인도의 경제성장률도 기업들이 등을 돌리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규제로 가득 찬 인도가 그나마 외국자본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고속성장세 덕이었지만 이마저도 흔들리면서 외국자본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외국자본 엑소더스에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까지 더해 루피화 가치가 추가 하락, 기업 경영환경이 한층 악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지 시장조사 업체 크리실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인도 기업들이 보유한 외환 빚은 1,000억달러이며 최근 루피화 가치 하락으로 기업들은 빚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주가하락→투자위축 및 경제성장률 하향→루피화 추가 급락'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현지 법인인 인도 레이팅&리서치는 향후 18개월이 인도 기업환경에 2000년 이후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보고서를 통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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