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 사고와 관련, 제조물책임(PL)에 대한 치열한 법정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인천지법 민사6부(재판장 황한식 부장판사) 지난달 25일 박모씨 등 대우차 운전자 42명이 "차량 급발진 사고로 피해를 입었다"며 대우자동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아카디아 등 10대의 차량은 당시 기술 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안정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 인정된다"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급발진 사고 원인을 차량 제조사의 직접적인 기계 설계상 결함으로 본 최초의 판결로 향후 유사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판결 직후 원ㆍ피고 측 모두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즉각 항소할 의사를 밝혀 앞으로 항소심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에서 42명의 대우차 운전자를 대리하는 변호사는 회명합동법률사무소의 하종선 변호사. 하 변호사는 제조물책임(PL)에 대한 전문 변호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차량 급발진 사고가 차량의 기계 설계상 결함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최초의 사례"라면서 "6대의 아카디아 승용차에 대해서는 부품제조사인 일본 혼다 자동차를 상대로 설 연휴 직후 추가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1심서 패소한 대부분이 항소할 예정이고 올해 7월부터 시행하는 PL법으로 인해 법원이 점점 소비자의 입장을 반영해 주고 있어 소송 승소율도 높아질 전망이다"며 "항소심서 엔진제어장치(ECU)에 대한 전자파 실험을 실시해 이 결과를 재판에 반영시키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피고 대우자동차의 소송을 대리는 국내 4대 로펌인 김&장의 최종수ㆍ이능규 변호사와 법무법인 디지털의 유영상 변호사가 맡고 있다. 1차로 접수된 22건의 소송은 김&장, 2차 접수된 20건의 소송은 법무법인 디지털이 담당한다. 원고 측은 모두 하 변호사가 소송을 맡고 있으나 피고측은 2곳으로 나뉘어서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소송 관계자에 따르면 "법무법인 광장의 소송 수임료가 다른 곳에 비해 높아 이에 부담을 느낀 대우차 측이 2차로 접수된 소송건에 대해서는 광장을 선임하지 않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피고측 관계자는 "설연휴가 지난 뒤 항소할 것"이라며 "아직 법률 검토 작업이 안된 상황이어서 어떤 점을 법률적 쟁점으로 삼을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1심 재판부의 판결에 만족하지 않고 있으며 판결 자체에 법률적으로 애매한 면이 다소 있다"며 "항소심서는 피고측의 입장을 최대한 법원이 받아들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씨 등 대우차 운전자 42명은 급발진 사고로 피해를 봤다며 지난 99년 5월부터 하 변호사를 통해 대우차를 상대로 1인당 5,000만∼6,000만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인천지법에 잇따라 냈다. 안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