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선진국에서 배운다] 시간제 일자리가 행복한 네덜란드

일과 삶 균형 중시
파트타임 근무 비중 전체 37%로 세계 최고
임금·근로조건·승진 등 정규직과 동등하게 보장


# 네덜란드 중소 무역회사의 시장조사 파트에서 근무하는 반슬레이크씨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만 일한다. 목·금요일에는 에이켄베르그씨가 반슬레이크씨가 맡고 있는 업무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혹여 업무에 혼란이 빚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2년이 다 되도록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반슬레이크씨는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자기계발을 하거나 레저활동을 즐긴다.

네덜란드에는 반슬레이크씨처럼 일주일에 절반만 근무하는 근로자가 의외로 많다. 시간제 근로가 일반화돼 있기 때문이다.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자는 사회적 협약을 맺은 네덜란드는 시간제 근로(파트타임)가 전체 고용의 37%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비중이 높다. 이 영향으로 연간 근로시간은 1,380시간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그럼에도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60달러로 세계 2위의 장시간 근로시간(2,163시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보다 두 배나 높다.

10일 암스테르담에서 만난 폴 이스케 마스트리흐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네덜란드 사람들은 단기적인 것만 보지 않고 일과 삶의 균형을 본다"면서 "효율성을 중시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일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결과물을 내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강조했다.

여성 취업자 중 시간제 종사 비율은 더 높아 60%에 이른다. 지난 1980년대 이후 서비스 경제가 활성화하면서 여성 인력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이는 오전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가정일을 하면서 일·가정을 양립하려는 여성들의 니즈와 맞아떨어졌다.

네덜란드에서 이런 시간제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었던 것은 노사 합의 아래 풀타임 근로자와의 차별을 없앴기 때문이다. 임금, 근로조건, 교육훈련·휴가, 승진 등에 있어 시간에 비례해 전일제 정규직과 동등한 처우를 받도록 법으로 보장해 65% 이상이 사실상 상시 근로자로 분류된다.

정부에서도 일하는 부모에 대해 보육비를 소득과 연계해 지원하고 보육시설을 확대하는 식으로 육아 부담을 덜어줬다.

카텔레네 파스히르 네덜란드노동조합총연맹(FNV) 부위원장은 "오래전부터 맞벌이 부부를 지원하기 위해 자발적인 파트타임 근무자의 풀타임 근무 재전환과 휴직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임금과 근로조건에 대한 사회적 보장이 필요한데 많은 국가가 이에 관심이 없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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