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에 대한, 심지어 자신에 대한 기대가 어긋났을 때, 이를테면 타이거 우즈의 불륜 등을 볼 때 우리는 종종 속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속은 게 맞다. 그러나 그들의 연기에 속은 게 아니라 우리 뇌가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에 속은 것이다."(본문 274쪽)

미국 노스이스턴대 심리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데스테노와 하버드대 특별연구원인 피에르카를로 발데솔로는 책에서"우리의 인격은 고정된 것인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라고 주장한다. 인간에겐 애초부터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으며 따라서 누구나'인격을 벗어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우리 안에 숨은 성인과 죄인을 움직이는 힘의 실체가 무엇인지 각종 연구와 심리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책은'도덕적 딜레마'실험을 근거로 제시했다. 내 손으로 한 명을 숨지게 하여 다섯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과연 직접 손에 피를 묻힐 것인지 묻는 실험이다. 반전은 질문을 던지기 전 피실험자 그룹에게 보여준 TV 프로그램에 숨겨져 있었다. 코미디 프로그램을 본 그룹에서 직접 누군가를 숨지게 하겠다고 답한 비율이 지루한 다큐멘터리를 본 그룹에 비해 세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사람을 죽게 한다고 생각할 때 느끼게 마련인 본능적인 부정적 감정마저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는 동안 순간적으로 차단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이 같은 실험을 통해 저자들은"우리의 인격을 선과 악이라는 두 가지 사고체계로 나누는 것은 한 물 간 이론"이라며"인격은 가변적인 것으로 환경이나 상황이 조금만 바뀌어도 누구나 성인이 될 수도 있고 죄인이 될 수 도 있다. 정신체계가'최선의 진화'를 기준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인격도 상황에 따라 선과 악을 넘나들게 된다"고 분석한다.

이어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해"선이란 이기적인 단기 욕구와 이타적인 장기 욕구가 균형을 이룰 때 나타난다"고 강조하며,"이성이나 직관에 휘둘리지 않고 융통성을 발휘해 그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조언한다. 이를 위해서 도덕, 질투, 편협, 정직, 연민, 신뢰, 자부심 등 자신의 감정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에 귀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1만 4,000원.